똑같은 얼굴 사계절 1318 문고 139
조규미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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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면서 독자들의 최대 고민이 '친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174쪽_작가의 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1순위는 언제나 친구다. 아마도 가족 관계 외에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시작이 친구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은 태어나서부터 당연하게 주어졌던 거라 특별한 노력 없이도 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면, 친구는 무언가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많은 시행착오, 어려움, 슬픔 등을 겪으며 스스로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게 쉬울 수가 없으니 어떤 목적 없이 자연스레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 관계를 위한 특별함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와 학교 아닌 곳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 속에 이 아이들이 있다.
최다영과 황가람, 차우현과 송미단, 오민준과 송원호, 은성과 희유, 그리고 나와 호빵, 슬지까지. 이 아이들은 모두 학교와 캠프에서 낯선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 물론 쉽게 친구가 된 건 아니다.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과 노력이 있었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많은 오해와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난 후 이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그냥 말로만 '우리가 친군가? 친구겠지?' 정도가 아니라, '우린 친구야! 당연히 친구지!' 어떤 의심도 없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뭐든 어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지나온 후엔 진정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되는 법이니까. 그런 과정을 이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이 아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려 두루두루 친구를 만들어내는 부류의 아이들이 아니다. 교실 전체 구도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어울려 왁자지껄 떠드는 무리가 있다면, 그 무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소리를 줄이는 부류의 아이들이다. 먼저 나서지도 따져 묻지도 않고, 그저 다른 아이들의 말과 공격을 그대로 받아안는 편의 아이들이라는 것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꼭 이런 아이들만이 친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친구들이 대체로 더 많이 친구 관계를 서먹하게 여기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이런 여러 과정들에서 아이들이 서서히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다른 아이들 사이에 자신을 놓을 줄 아는 법을 배우기도 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뭔가 어른의 개입 없이도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자리와 친구의 자리를 잘 만들어 단단한 끈으로 이어놓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자신의 속마음과 지금의 상태를 스스로 확인해 알아채게 된 것 같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옳고 어떻게 하고싶은지의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낼 줄 알게 된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어른의 시선으로 이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게 다 커나가는 과정이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어른이 되는 거지, 하고 듣기싫은 소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인 내가 이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시도하고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참 기특하니, 이런 말을 안 할 수가 없지. 아이들이 이런 말들을 듣는다면 야유를 보내겠지만, 그 야유에 뒤이은 해맑은 웃음을 생각하면 백 번 천 번이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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