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둥이입니다만! -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오리
송 스튜디오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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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거의 지나고 이제 봄이 조금씩 오려나보다. 막바지 추위도 조금은 꺾인 듯. 얼마 전 예쁜 단어이기도 한, 우수가 지났다. 이제 웅크리고 있던 기운, 우울하고 추웠던 마음도 서서히 풀려 녹아 흘러야 할 것만 같은 시기라는 뜻. 이때 '오둥이'를 만났다!
아, 나 이 오리 아는데. 이모티콘에서 자주 봤던 오리. 뭔가 무심한 듯도 하고 별 감정 없어 보이는 듯도 한 오리가 '오둥이'였구나, 이름을 드디어 알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오둥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표정 변화 없는 얼굴인데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또 여러 표정으로 보인다. 신기한 마음에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책을 촤르르 넘겨봤다. 오둥이의 얼굴은 한결같다(다만 가끔 볼이 발그레해진다). 오둥이의 눈과 부리는 늘 변함이 없다. 근데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아무래도 뭔가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오둥이는 혼자 있을 때도 매력적이지만, 삐둥이와 함께 있을 때가 더 잘 어울린다. 삐둥이와 이미 세트가 된 거다. 단짝의 단둘. 삐둥이를 위해 오리털 인형을 만들어줬을 때는 순간 헉!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그정도의 마음이라면 이 둘은 오래도록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둘은 어떤 것으로도(코 고는 소리가 너무 커도) 갈라놓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일상에서 배려를 받으려면
나부터 상대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
너를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어.

내가 나눠준 빵 한 조각을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
소중한 마음을 다시 나눠줘서 고마워.(176쪽)

오둥이는 뭐든 주고 싶어한다. 주면서 행복해한다.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나눠줄 수 있어 행복한 오둥이. 오둥이 곁에 있으면 뭐든 나누고 베푸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내가 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오둥이다. 오둥이와 삐둥이가 주고받은 빵 조각들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 책 뭐지, 했다. 슥, 읽고도 다시 곰곰이 읽게 만든다. 가벼워보이지만 절대 가볍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오둥이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오둥이의 감정을 읽게 되고, 오둥이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건 다 내 표정, 감정, 마음이겠지. 왜 오둥이 얼굴은 변하지 않는데 변하는 것처럼 보였을까의 답을 찾았다.
오둥이를 보며 복잡하게 얽혀있던 실타래가 한올 한올 풀어져나오는 느낌도 받았다. 어찌보면 오둥이의 선택과 결심은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 내리는 결론들이다. 그만큼 솔직하다는 거겠지. 그리고 계산하지 않고 느껴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된다. 내가 더 할 수 있으면 더 하고, 덜하게 되어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건데. 우린 살면서 이런 단순하고도 분명한 세계를 너무 잊고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경계를 나누어 구역을 구분하고 서로가 가진 것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삶(행복)의 척도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너 덕분에 행복해.
앞으로도 같이 행복하자,
내 친구!(250쪽)

오둥이를 보면서, 행복하고 싶어졌다. 같이 행복하고 싶어졌다.

덧-
오둥이는 아무래도, 어떤 것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지닌 듯하다.
자주 깜짝 놀라고, 작은 일에도 마음을 졸이며, 겁이 나 자주 숨으려드는 나.
오둥이같은 마음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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