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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평점 :
소설을 읽기 전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야기 구성이 있었다. 표지 그림과 연결시키면서, 이 아이들이 과연 이 행성을 떠나 가게 되는 다른 행성은 어디일까를 궁금해했다. 물론, 이 모든 짐작과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지만. 이미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더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읽기 시작한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책을 덮었다. 그만큼 속도감도 있고 그 다음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다.
그럼, 이들이 '이 행성'을 다시 떠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자신들에게 허락된 공간 밖을 욕심부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들을 관심의 대상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찡가'같은,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려는 사람들)의 간섭이 그들을 다시 떠나도록 부추겼을까. 혹은 이 행성도 그다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해의 조사과 연구 끝에 알게 되었는지. 어쩌면 이 둘이 모두 겹쳐지며 이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지 우리가 살고있는 이 행성이 다시 정착해 살 수 없을 정도의 상황과 상태라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어떤 경우라도 그들은 또다시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을만한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도 처음부터 그렇게해서 우리의 행성으로 이주해 정착했으니까. 그렇다면 남겨진 우리는? 우리는 이 행성을 지키고 유지하며 잘 살아내야 하는데(그거 말고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그리 많지도 않고 굉장히 희박하기도 하고...), 남겨진 우리가 과연 이 행성에서 어떤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들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해 보면 좋을 텐데. 가까이서 지내 보면 알게 된단다. 외계인이나 지구인이나 결국 다 똑같고 사는 모습도 다 비슷하다는 걸 말이지. 하지만 다들 자기랑 조금만 달라도 거부감부터 가지니까......"(64쪽)
자신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평화를 깨야만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114쪽)
그러니까 말이다. 결국 다르다는 것으로만 선을 그어놓고, 결국 자신의 생각으로만 세상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그들을 쫓아냈던 첫번째 이유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원호'와 '나래'의 모험과 성장으로 조금은 나아진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무엇을 향해 소신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 다들 중학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테지만, 여기 등장하는 우리 중학생들은 이미 확고한 판단력과 결정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단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이들이 만들어나갈 미래는 밝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혹은 꼭 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행성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그들 종족이 살아나가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이 지점은 우리가 여지없이 반성해야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세계의 무지개들이 모두 한순간에 이 행성을 떠났다는 것에서 결국은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유가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결국 행복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 '대피'해야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에서 여전히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약속은 깨졌고 이제 비밀은 의미가 없으니, 위협이 가까워 오는군요. 저희 종족은 언제나 행복을 위해 도망쳐야 한답니다. 저희는 그래서, '무지개'죠.(9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학생들은 용감했다. 용감하게 지켰고, 그 과정에서 한뼘 자랐다. 그 과정은 원만하지도 않았고 쉽지도 않았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황들 속에서 씩씩하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서로의 힘이 합쳐지며 잘 이겨냈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회복되었고, 회복된 관계에서 여전히 따뜻함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아이들의 깨달음이 곧 우리가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신중하다./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떠올리다니 원호는 자신이 좀 자랑스러워졌다. 나중에 말해 줘야지. 꼭./긴 한숨을 내쉰 나래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의 눈은 어떤 큰 결단이라도 내릴 듯 빛나고 있었다./"집에 가자. 우리도."/나래가 환하게 웃었다.(255쪽)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보보'가 아무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겠다는 기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기였던 '보보'가 어른이 되어 돌아온 이 행성이 여전히 눈부시고 아름다우며 행복한 이들을 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행성에서 다시 행복을 꿈꾸어도 좋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뒷이야기를 상상해본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