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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작은 새 ㅣ 인생그림책 18
윤강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2월
평점 :
처음 표지를 봤을 때 느낌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빨간 표지 안에 노란 '작은 새'가 주인공이구나, 예쁘네. 그런데, 이 '작은 새'는 새장 안에 살고 있구나, 가 나머지 하나였다. 그리고나서 다시 제목을 봤다. <미나의 작은 새>. 여기서 '미나의'라는 말이 걸렸다.
_ "나의 작은 새야, 드디어 숲이야! 좋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 봐."
_ "할아버지, 내 작은 새도 저 새들처럼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나의 작은 새', '내 작은 새'라는 표현에 눈길이 갔다. 전에 들었던 의문이 하나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이 반려 동물의 '주인'이라고 하는 표현은 옳은가. 주인이 맞나. 예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궁금한 마음으로 부모교육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때 강사가 강조했던 말이,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모 원하는대로 아이를 휘두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당연한 것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우리의 '미나' 역시 이 '작은 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존재하고 움직이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나서 표지를 넘겨, 속표지를 봤을 때 미나의 마음이 숨어있었다.
_ 미나는 작은 새를 무척 아꼈습니다.
새에 대해 공부도 하고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미나는 그 새를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무척 소중하고 좋아하는 누군가(혹은 무언가)가 생기면, 당연히 내 것으로 만들고싶은 욕심(소유욕)이 생긴다. 특히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더더욱 늘 '곁'에 두고 싶은 것이 공통된 마음일 테니까. 하지만 이 마음이 때론 상대에게 구속이 되고 한방향의 사랑이 되지는 않을까. 어쩌면 잘못된 방식의 사랑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서포터즈로 신청하며 들었던 생각(기대평)은 이랬다. "사랑하는 존재와 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죠. 체온을 느끼고 곁을 내주며 따뜻하고 싶습니다. 떠나보내기 싫잖아요. 하지만, 늘 그렇게만 지낼 수는 없죠. 어쩌면 그건 나만의 욕심일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곁에서 떠나보내야하는 순간을 결심하고, 사랑하는 존재의 삶과 사랑, 행복을 위해 보내줘야겠죠. 잘 보내주는 것 또한 그 존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책을 읽으며 이 생각이 더 명확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랑하는 존재의 삶과 사랑, 행복을 위해'다.
_ '작은 새는 이곳에 남고 싶은 게 아닐까?'
'미나'가 경험한 '작은 새'의 공간에서 '미나'는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작은 새'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그 대상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그 대상이 있어야 할 공간으로 보내주는 것 또한 포함이라는 것을. 그리고 보내줄 수 있는 '용기' 또한 사랑의 또다른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미나'의 결심과 선택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 무척 애쓴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수고와 어려움을 감수한다. 그리고는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 움켜쥔 손을 절대 펴지 않는다. 아마도, 얻기 위해 했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절대 잃지 않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그만큼 무언가를 놓는 건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미나'는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미나'의 더 행복해진 표정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전보다 더 편안해진 마음과 더 풍성해진 감정의 '미나'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은 '작은 새'에 대한 '미나'의 사랑이 더 켜졌다고 생각했다.
'미나의 작은 새'가 아닌 '작은 새'가 큰 새가 될 때까지, '미나'와 '작은 새'의 사랑이 이 숲에서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