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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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낸 후, 마음이 찡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만나야 하는데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이 이런 거겠지. 리보와 앤의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 모든 상황들은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을 경험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그래서 더욱 리보와 앤의 마음이 간절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관계' 그리고 '소통'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결국 우리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람 간의 관계와 소통이지 않을까. 우린 서로 만나며 관계맺어야 하고, 소통을 통해 상대와 감정과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많은 부분에서 이 둘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몇 년을 지내왔다. 지난 시간들 속에서 자주 할 수밖에 없었던 말이 '거리두기'이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지켜야만 했던 것이 이 '거리두기'였다. 아, 이 단어만큼 무섭고 아픈 단어가 또 있을까. 특히 아직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성장해야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_마스크를 써야 했다. (눈 말고는 어떤 표정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_칸막이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작은 사각형 공간 안에 식판과 나만 있었다.)
_짝꿍 없이 혼자 공부해야 했다.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_주먹 인사를 해야 했다.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_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했다.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진 만큼, 마음도 함께 멀어진 듯했다.)

나열하다보니, 우리가 건너온 시간들이 이토록이나 슬프고 힘든 시간들이었구나 싶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간격을 넓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허전함이 사실은, 이런 거리감에서 만들어진 공허함과 외로움이지 않았을까. 도서관에 남겨진 리보와 앤이 다시 찾아올 아이들을 기다리며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습은, 관계와 소통의 부재가 어떻게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결국 관계하고 소통하지 못하면 이렇게 힘을 잃는구나.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대답해주며 서로를 궁금해하는 그 마음이, 사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아닐지.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너무 쉽게 잊고 지냈던 소중한 모습은 아닐지.

가슴에서 지르르 진동이 울렸다. 감정 센서가 아이의 글에서 그리움을 느낀 건지, 내가 그리움을 떠올린 건지 모르겠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107쪽)

이제 굳게 잠긴 도서관의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쏟아져 들어오는 아이들을 환한 인사로 맞이해야 할 때이다.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마음의 장벽까지 모두 허물어, 누구라도 함께 인사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 도서관에서 리보도 앤도, 그리고 끝까지 그 연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도현이까지! 이들이 모두 이제는 '그리움' 대신 '즐거움'과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런 아침을 맞이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아침, 리보의 반가운 인사를 받고 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여러분의 친구, 리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9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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