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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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 해병 장군 40명 사망, 6명 실종, 그리고 58명의 생존자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기 위한 싸움의 연대에 마음을 담고 함께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떠올린 가장 첫번째 생각이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 하루 어떤 일이 있었고 동료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날의 색과 냄새까지도 나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수업을 하고 나온 쉬는 시간의 교무실은 그저 충격이었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 읽던 기사는 매번 정반대의 사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8년이 지났고 난 여전히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
2010년보다 2014년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에 대해,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 2014년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억지로 해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변명일 뿐. 어떤 사건이, 어떤 죽음이, 그리고 어떤 생존과 삶이 더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가를 가르는 것 자체가 불가하고, 이런 기준으로 기억과 관심을 조절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난 지금껏 나도 모르는 사이 폭력을 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자책하게 된다.
지금껏 우리는, 아니 나는 '희생자'라는 이름을 붙여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존자'에 대해서는 살았으니 됐다, 는 쉬운 마음으로 사망자와 구분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과 삶이라는 경계에서 죽음에 집중되는 마음이 왜 삶에는 보태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 깊은 심연 속 상처를 스스로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을 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았던 우리를 반성하게 만든다.
저자는 가르치는 입장으로 어떤 것을 공부하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보탰다. 나도 유사한 입장으로 어떤 것을 공부하고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생겨나는 이런 비극들을,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다루는 순간 미처 보지 못하는 진실들은 오히려 수면 아래로 숨어들게 된다. 떠들썩하고 요란스럽게 다그치며 몰아붙이는 사회의 시선들 속에서 조용히 떨고 있는 진실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숨소리와 작은 떨림에 집중하고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나는 공부하고 가르치고 싶다.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 감추고 외면하는 것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의 힘으로 살아나 사회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 믿음을 실제로 목격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믿음의 마음이 쌓이고 보태져야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이런 비극을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제대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믿음이 실현되기를 위해서는, 정확히 응시하고 제대로 기억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하는 그 시작이 늦지 않았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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