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꾹꾹 도사
이유진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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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의 말썽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실제상황이라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날만한 일들이다. 암, 그렇고 말고! 내 핸드폰을 변기에서 꺼내게 된다면, 멀쩡한 화분이 깨지고 식물과 흙이 나뒹구는 상황이라면, 아침부터 그런 상황이라면 당장 콩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엄마가 괴물이 되는 순간!
그런데, 이 순간 콩이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실수를 고치기 위해 우리의 '꾹꾹 도사'를 찾아간다는 것에 나는 첫번째 놀랐다. 우리 콩이가 벌써 철이 든 건가? 이런 실수를 제 스스로 고치겠다고 방법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쯤이면 엄마로서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는 것 아닐까. 예전 부모 교육에서, 아이가 어떤 잘못이나 실수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그 다음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물어봐줘야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것이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쉽지 않지만, 우리 콩이 정도라면 이것을 제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니, 이제는 그저 우리 콩이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기다려보기만 하면 된다.
어렵게 쫓아간 우리의 꾹꾹 도사! 근데 콩이에게 관심은 없고 그저 제 시간과 제 할일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잠잘 거 다 자고, 뒹굴거릴 거 다 뒹굴거리고, 그리고나서 찾아온 자들에게 스윽 내미는 손! 그 손으로, '꾹꾹'! 아, 왜 꾹꾹 도사인지 이제야 알았다! 여기서 두번째 놀랐다. 우리의 꾹꾹 도사, 어떤 것에도 해결책을 말로 설명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꾹꾹만 할 뿐이다. 어쩜, 이럴 수가 있는지.
그리고 그 마지막 손님, 우리의 콩이에게 비밀 하나를 털어놓고, 마냥 신난다. 우리 콩이도 그런 꾹꾹 도사와 신나게 놀고, 산을 내려온다(여기서 잠든 꾹꾹 도사에게 나뭇잎 이불을 덮어주는 콩이의 손길에 자꾸 시선이 멈춘다). 이렇게 말하면서.

"아주 잘 놀았다."

'꾹꾹'의 힘은 크다. 콩이의 고사리 손으로 해주는 꾹꾹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마는, 콩이의 꾹꾹는 효과 만점이다. 누구도 콩이의 손길만 닿으면 만사형통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앞 속지에서, 콩이의 고양이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고, 꾹꾹도사를 발견하면 제보하라던 공지문 뒤로, 뒤 속지에서는 우리 콩이가 인터뷰 중이다. 앗! 그런 거였어? 여기서 세번째 놀랐다. 콩이와 꾹꾹 도사 사이의 연결고리!

꾹꾹 도사는 가까운 데 있었다. 내가 힘들고 아플 때, 속상하고 괴로운 때, 자책이 심해지고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 곁에 꾹꾹 도사가 있었다. 그런 꾹꾹 도사가 '꾹꾹' 해준다면, 우린 그동안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 지금 내 주변에도 이런 꾹꾹 도사가 있다. 또한, 나 자신이 꾹꾹 도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도술을 한 번 부려볼까?
화도 났다가, 웃음도 났다고, 감동에 뭉클도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우리 콩이의 마지막 늠름한 모습도 인상적이고, 당당히 온 마을을 누비며 자신의 도술을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부릴 줄 아는 그 마음도 감동이다. 사람들은 그저 어린애들이나 읽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찌 어른이라고 내가 안 읽을 수가 있을까. 아이들에게도 또 어른들에게도 한 번쯤 꼭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아무래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해야겠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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