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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평점 :
도서관에 책이 가득하지만 어떤 책도 꺼내 읽을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게다가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왜 어떻게 이 도서관까지 오게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그런 막막함은 어느만큼일까.
청소년 시기, 아직 어느 것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성장기에 마주하게 되는 친구, 이성, 동성 간의 문제는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문제일 수 있다. 동호와 제로가 마주한 문제는 스스로 현명한 해답을 찾아 친구 한 명을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 얻게 된 상처와 고통은, 제 스스로 쉽게 깨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고, 다시 깨어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아픔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 둘은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낼 수 있었다.
꼭 청소년 시기가 아닌,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낸 나에게도 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 상황에 많이 노출되어봤다고 생각했음에도, 과연 이 두 아이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꼭 소설 속 문제가 아니어도, 나는 그동안 어떤 삶의 방식과 태도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단지 청소년들의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에 더 나아가, 삶과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로 읽혔다.
슬프고 힘든 일만 있는 사람은 없어. 행복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면 괴로움도 못 느끼지 않을까.(71쪽)
한번 금이 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처음에는 분명 작은 금이었는데 점점 커졌다. 동호는 자기 마음에 금이 하나 생겼고, 그 금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느꼈다.(132쪽)
나도 너처럼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줬어. 난 사실 무서웠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도망치기만 했어. 너도 나처럼 무서워서 그랬을 거야.(149쪽)
우리는 살면서 많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 기억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슬프고 아픈 기억도 있다. 누구나 슬픈 기억은 지우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오히려 그 슬픈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아,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물론 그렇다고 늘 슬픔과 아픔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슬픔의 기억을 끌어안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기쁨만이 삶을 살아내는데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슬픔이 갖고 있는 힘이 보태져야 비로소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 간의 지극히 가능한 감정들이 어우러지는 삶이 만들어진다.
아마도 이것을 깨닫기까지는 분명 깨닫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직접 알아챌 수 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만은 않고, 그 쉽지 않은 시간들을 겪어내야만 온전히 얻게 되는 답일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게 될지 궁금해졌다. 지금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아니어도, 이런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