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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장석주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평점 :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매우 익숙하고 또한 좋아하는 시다. 익숙한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수업 중 작품으로 다루었던 시였고, 이 시를 보며 아이들은 힘든 시기의 위기를 또 한 번 넘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가 참,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래서 이 시를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는 자연스레 단어 하나 하나에 더 힘을 주어 읽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고 '저 혼자 둥글어질 리'가 없으니 이보다 더 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표현이 또 있을까. 어찌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시어 몇 개가 독자에게 울리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지, 싶어 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그런 시이다. 이러니 안 좋아할 수가 있나.
그런 시의 구절을 딴 장석주 시인의 시선집이다. 이미 읽기도 전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그러니 시 하나 하나를 읽어나가는 속도가 빠를 수 없었고, 천천히 읽으며 또 시 한 편 한 편을 필사하며 이 차디찬 겨울 밤, 시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시를 필사할 때면 느낀다. 시를 읽을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치 내가 시를 쓰기 위한 단어를 고르고 숨을 고르고 줄을 고른다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시를 읽으며 필사하지만, 이번 시선집은 특히나 더욱 시 속에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되었던 시선집이었다.
또한 4부의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은 자꾸만 이 제목의 의미를 스스로 되뇌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는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만큼이나 가득찰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생각했다. 시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을 느끼며, 시인의 삶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선집은 온통 시에 빠져 시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자꾸 표지에 붙어 있는 그림을 손으로 쓸어내리게 된다. 대추 한 알 한 알이 모두 다르고, 그 다른 대추 한 알 한 알이 그렇게 영글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느끼게 된다. 손으로 만져지는 겉표지의 질감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매끈한 대추 그림이 마치 촉감으로도 시집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에 자꾸 손이 간다. 앞으로도 가까이 두고 자주 손으로 쓰다듬으며 들쳐보게 될 책이다. 뭔가 위안이 되는 듯한 느낌. 괜히 울컥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