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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말기.
힘들고 외로울 때는 누구에게라도 곁을 내어주기.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사람이 되어보기.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는 그냥 마음 가는대로.
그냥, '네가 있어서 괜찮아'라고 소리내어 말하기.
이 소설을 읽고 떠오르는 감상을 솔직히 적어보면, 이렇다. 글쎄. 내가 지금껏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진짜 다 알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 나이를 먹고 그 동안 경험이란 것을 그만큼 했으면, 사람의 마음 정도, 특히 아이들의 마음 정도는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초희, 채웅이, 그리고 인우. 온전히 이 아이들을 마음으로 품고 그들을 마음껏 끌어안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난 아직도 덜 산 사람 같은 느낌. 오히려 더 살아보면 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지, 한편으로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들 옆에 그들이 함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색안경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살아낼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보다도 더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 마치 전부가 되어주고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처럼 기대하게 만들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긴말 필요없이 '있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준다는 것.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초희에게 채웅이에게, 그리고 인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아픔과 상처를 겪어야만했고, 평생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삶에 대한 어떤 희망과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는, 현재를 현재로만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이제야 드디어 삶과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온전하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초희는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채웅이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감내하고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들에겐 그들과 같은, 나와 같은 서로가 있으니까. 이젠 상처로 더 큰 상처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또 다행인 건, 서로 잘 알아봤다는 것. 서로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다시 살아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기댜려줬다는 것.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기다리며 생각하고 이유를 찾고, 그러면서 서로 마주보며 한 번에 답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괜찮다. 이제 마음을 좀 놔도 될 것 같다. 사실 읽는 내내 너무 조마조마하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했다. 그들의 말, 행동, 삶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