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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순간들 -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ㅣ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김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1년 11월
평점 :
처음, 티 블렌더라는 이름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요즘은 차보다는 커피에 더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다. 티 블렌더, 그리고 그 티 블렌더의 노트라는 생각에 뭔가 은은하면서도 잔잔한, 그리고 깊이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작가가 가지고 있을 차에 대한 진심, 그리고 그 차에 진심을 담기까지의 생각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유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어쩌면 작가가 가지고 있을 그 순간들이, 작가만의 고유함 속에서만 영글어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차를 알리고 소개하고, 티 블렌더가 하는 일을 나열하고 이야기하는 책이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직업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빠져드는 감정들이 생긴다. 어느 순간 멈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지점들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삶 구석 구석에서 마주치고 경험했던, 그리고 꿈꾸고 상상했던 지점들을 천천히 음미하게 되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차향 깊숙한 곳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이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어떤 면에서는 삶의 순간들과 티 블렌더의 연관성을 쉽게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직업으로서 티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사루비아 다방의 티 블렌더는 삶이 곧 티이며, 티 블렌더를 통해 삶을 덕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닿게 된다. 김인이라는 사람의 향기가 그대로 녹아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감히, 책 한 권을 읽고 김인이라는 사람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 사람의 순간 순간을 궁금해할 것만 같다.
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
쓰지만 달콤했고 쓸쓸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누누시게 중첩됐다
티 블렌더는 오늘도 찻잎을 고른다
귤피를 말리고 계피를 자른다
마른 꽃잎을 꽃송이에서 한 잎씩 딴다
음료나 만들자고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책 뒷표지에 적힌 책에 담긴 구절이다. 말 그대로, '음료나 만들자고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닌 사람이 작가인 것이다. 이런 사람의 진심이 그대로 녹아 있으니, 어찌 이 진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나. 한참 책표지를 쓰담쓰담하게 되는 책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