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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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황선미 작가의 명성으로 관심이 간 동화였을 수도 있다. 이미 이름만으로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작가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일 테니까. 책을 읽기 전 제목에 있는 '빛나는'과 '그림자'의 조합이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목이 '빛나는 그림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빛나는 그림자가'였고, 책을 다 읽고나서는 '빛나는 그림자가' 다음의 문장을 나 스스로 만들어 보게 되었다. 어떤 문장으로 완성해야 이 이야기를 온전히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장빛나라와 허윤의 만남은 짧았고, 그 짧은 기간을 뒤로 하고 또 다시 허윤은 사라졌지만, 허윤과 함께 했던 그 기간 동안 빛나는,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상처와 슬픔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온전히 자신의 숙제로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자신을 인정하고 그 시작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어린 아이 빛나에게는 혼자 감당하기 벅찬 힘든 성장통이었을 것이다. 그 성장통에 허윤이 함께 있었고, 요한의 기억을 되짚으며 그 속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힘들긴 했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그 시작을 했으니, 우리의 빛나는 그림자를 숨기려고만 하지 않고 기꺼이 꺼내 보일 수 있는 어른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마음으로 격하게 응원해 본다.

요한은 말썽쟁이에 골치 아픈 아이다. 울 때 토하는 건 보통이고 화가 나면 아무나 깨물었다. 하지만 창가에 앉아 있으면 달라 보인다. 착한 아이가 된 것처럼. 햇빛이 요한을 죽인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52쪽)
희미한 기억에도 내 옆에는 늘 요한이 있었다. 마치 그림자처럼.(59쪽)
나는 요한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만날 그 애한테 당하고 울었으면서 왜 걔랑 같이 있어 주었을까.(92쪽)

햇빛 속에서 달라지는 아이, 환한 빛 안에서 오롯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요한이지 않았을까. 사실은 그런 빛이 요한에게는 필요했고, 그래서 그 빛과 같은 빛나를 늘 따라다녔을 것이다. 빛나도 그림자같은 요한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빛이 있다면 당연히 그림자도 있을 수밖에 없는, 그림자 없이는 빛도 있을 수 없으니, 그렇게 빛나 역시 요한의 곁에 같이 있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그림자는 사라졌고, 사라진 그림자와 함께 빛나 역시 그 그림자와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힘겨운 외로움을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자에 대한 그리움의 끝에서 허윤과의 재회는 곧 자신의 시작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언젠가는 자신의 이 모든 과거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 주었을 것이다.

'빛나는 그림자가' 그리웠다.
'빛나는 그림자가' 있어야 빛나다.
'빛나는 그림자가' 이제 싫지 않다.
'빛나는 그림자가' 빛나고, 요한이고, 윤이다.

건강한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우리 아이들의 빛나는 여정을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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