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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괜찮아 ㅣ 밤이랑 달이랑 3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노인경 작가는 이미 '곰씨의 의자'에서 한 번에 반해 버린 작가. 이후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을 찾아 보게 만든 대표적인 그림책이다. 그런 작가의 '밤이랑 달이랑' 그림책은 어느 순간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내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하나도 안 괜찮아'라는 제목만으로, 우리 밤이와 달이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까 궁금했다. 헌데, 초인종을 누르는 밤이의 손등에 붙은 캐릭터 밴드를 보는 순간, 후훗 하고는 웃음이 새어 나왔고, 우리 아이들이 이 밴드를 앞으로 어떻게해서 떼어낼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아이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작용하는 것이 '밴드'이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 '밴드'만 붙이고 있으면 지금까지의 아픔이나 고통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느낌인가보다. 그래서인지 상처가 나지 않았어도, 다치지 않았어도, 기분이 조금 우울하거나 좋지 않을 때는 예쁜 캐릭터 밴드를 꺼내 붙이고는 금방 기분 좋아지곤 하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이 그림책에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다. '왕주사'를 맞고 돌아온 밤이는 무척 아팠다고 하지만, 이미 밴드를 붙인 이후이니, 누나 달이에게 병원에서 있던 일을 얘기할 때나 눈물을 보일 뿐, 이내 재미있는 놀이에 푹 빠진다. 그림도 그리고, 목욕 놀이도 하고, 커다란 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새 왕주사 맞은 일 정도는 깨끗이 잊은 듯,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미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가 끝난 이후이기 때문에 이제는 걱정 없다. 밤이의 아픔이나 상처는 벌써 씻은 듯 나았을 테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놀이 과정에서 떨어져 버린 밴드는 상관 없어졌다. 벌써 밤이를 아프게 했던 왕주사의 흔적은 사라졌으니. 밴드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아픔도 함께 사라졌으니. 이젠 '하나도 안 괜찮아'에서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갑작스레 아프거나 병이 나는 적이 많다. 다급하게 병원을 다녀오게 되는 경우도 있고 약이나 주사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아픈 것이 가라앉는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이제는 괜찮은지 아프지는 않은지 가늠하는 척도가 있다. 바로 아이가 잘 노는지를 보는 것이다. 아이가 잘 논다면 이제 괜찮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바로 그런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잘 놀면 기분이 참 좋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도 기분이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