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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7월
평점 :
책을 읽어 나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뭉클한 감정이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내 심장 박동을 나 스스로 느낄 정도로 떨렸다. 굵은 선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이야기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까지, 어느 한 페이지도 허투루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꼼꼼하게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고, 다시 그림에 집중해서 읽고, 그리고 마음이 멈추는 페이지를 또 펼쳐 보며, 결국은 책을 덮고도 한동안 책표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는 책이었다.
유리 작가의 전작 중 '돼지 이야기'를 본 후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슬펐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책이, 그것도 그림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마음 깊은 곳까지 찌른 책이었다.
이 책 또한 또 다른 면으로 마음 깊은 곳까지 깊게, 아주 깊게 찌른 책이다. 그리고 여러 번 책을 본 후 그제야 발견한, 액자 속 두 사람. 혼자 책을 보다, '아!' 하는 탄식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게 만들었다. 이보다 더 따뜻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심장이 더 두근거렸나 보다.
'그리고 시간...,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인 만큼 소리가 날 것이다.'
'그리고 알맞게.
세게 누른다고 단단하게 붙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들이 있다.'
'눈길과 손놀림, 체온과 심장의 박동....
서로의 진동에 익숙해져 가면서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간다.'
'앙코르!'
앙코르! 나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의 함성으로 들린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있어 '한 번 더!'를 외치고 다시 힘을 내고 싶은, 심장의 박동이 느껴질 일들이 분명 있다. 이제 다시 심장을 뛰게 해도 좋다는, 주저앉아 있는 우리에게 다시 일어나서 두근거릴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신호로 느껴진다.
심장 박동을 느끼며 두근거리고 싶다. 작은 떨림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것이 책 한 권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