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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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할 때 우리는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기도 한다. 순서대로 읽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펼쳐 읽기도 한다. 책을 고를 때에 어떤 이는 베스트셀러를 흥행보증수표처럼 여기기도 하고 목차를 살피기도 하고 저자의 학력을 따져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카운터에서 책과 돈을 교환하며, 과연 이 책은 10,000원이라는 값어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마치 선 자리에서 나이, 학력, 경제력, 외모, 집안 등을 살피는 행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저 사람과 결혼하면 나는 안정된 생활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독서치료사인 ‘그’의 말에 따르면 독서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라는 교훈이 아니다. A = B,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 해방 이라는 등식이 아니다.

“현명한 독자가 되고 싶다면 독서를 통해 교훈 따위를 참아낼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라. 독자로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계몽이 아니라 공감이니.”

소설 속 주인공이 실연에 빠져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찌릿한 감정을 느끼거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타인의 감정이나 사고를 자신의 내부로 옮기는 일을 ‘공감’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당신이 자주 가는 빵집의 주인도 친구도 아닌 아무것도 관련되지 않은 존재인데, 당신이 눈물을 흘린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인공과 자신을 일체 시켰기 때문이다. 그를 읽는 순간 당신은 그가 되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가슴아파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독서치료사에게 한 여자가 찾아온다. 애인과 헤어지고 난후 정리가 필요한 여자. 그녀는 권해주는 책들을 읽고 나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자신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며 주인공과 견주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차차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삶의 의욕을 되찾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녀는 그를 이제 떠나가려 하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한참 몰입하여 읽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빼앗아 버린다면? 당신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리하여 그에게는 두려운 문장이 하나 생긴다. 최근 2간 새 게시물이 없습니다. 쉽게 이어질 수도 끊어질 수도 있는 21세기의 소통의 방법은 인터넷이다.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의 소통. 접속하지 않으면 아이디를 바꿔 버리면 탈퇴해버리면 끝나고 만다. 짧은 수명주기를 지닌 가상의 개체들은 수 없이 탄생하고 소멸한다.

위험한 독서에 실린 단편들은 이처럼 현대사회와 그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위험한 독서, 맥도날드 사수대작전, 게임의 규칙, 공중관람차를 타는 여자,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 황홀한 사춘기 등 생명윤리와 도덕의 잣대 인간의 욕망, 소외, 단절, 불안, 억압 등.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어떤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속을 헤매였을지. 나는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의 주인공이 되어 무엇이든 빌려준다던 그 사이트에 접속했다. 친구는 지금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마지막으로 친구가 빌린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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