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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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지옥철도 그녀와 함께면 산뜻해진다. 지루한 출근시간동안 그녀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녹녹히 쌓인 피로감이 한층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승호와 공지영의 인터뷰를 묶어서 펴낸 이 책은 공지영에 관한 오해,와진실, 그녀의 개인으로서, 작가로서의 가치관 등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는 법에 관해 서술해놓았던 부분이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제대로 치료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다 해도,  위로받는 다 하여도 그것은 잠시 짐을 맡겨놓는 과정일뿐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흔히 자기 계발서에서 긍정적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암시하라. 는 메세지와 일맥상통한 것 같은 내용이지만 공지영씨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더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신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수없이 읽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받는 등 갖은 노력을 했고 그러던 중 다음의 인터뷰 내용에서와 같이 자신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 :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 : 과거에 존재하는 그 아이가 있잖아요. 그 아이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우리 모두 각자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바람이나 기온, 불빛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 아이에게 지금 어른이 된 내가 찾아가는 거에요. 그래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거죠.

 " 괜찮아, 너는 그래도 잘 클 거야. 내가 왔잖아." 라고 하면서, 
 지금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위로의 말과 격려를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상처가 깊을수록 스무 번 해도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마다 하는 거예요. 그 아이가 머릿속에 사라질 때까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요.


 이처럼 그녀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기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작가 공지영씨는 이혼에 관한 상처,  외모로 인한 편견, 대중성과 상업성의 작가라는 비평가들의 악평 등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많은 고통을 받고 평가절하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가지 악조건과 힘든 삶속에 그녀는 한 동안 펜을 놓았었지만 살아야 겠다는 절박함과 글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펜을 들게 되고  ’즐거운 우리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를 앞에 둔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논란을 두고 대중성이 있는 작품을 비판하기 보다, 왜 이러한 대중들은 이러한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고 되묻기도 한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당당함과 굳건한 가치관 등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이 사람처럼 나도 내 인생에 당당해지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뚜렷하게 밀고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녀의 인생의 절반 아니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르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내가 글을 쓰는데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값졌던 것 같았다.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운 고비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등등 줄을 그어가며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사람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수필이 아닌 인터뷰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진 책을 처음 접했기에 신선하기도 했고, 그녀를 직접 만나 긴긴 시간동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글을 읽는 내내 참 살가웠던 것 같았다. 마치 모르던 사람을 어떠한 계기로 가깝게 지내게 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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