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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하,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순삭한 소설. (스포있음)
역자 후기를 보면, '마음의 파수꾼'은 사강의 다른 사랑 소설들과는 다르게 심리 묘사보다는 스토리의 전개와 독특한 구성에 치중된 편이라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느껴진다고 이야기 했는데,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아직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기존 소설과 다르다는 것은 몰랐지만, 확실히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서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쫙 빨려 들어가서 그 아슬아슬함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하게 된 느낌.

45살의 전직 배우이자 현 시나리오 작가인 도로시 시모어와 우연히 그녀가 탑승해 있던 자동차 앞으로 뛰어든 루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로시는 사고로 다리가 다친 루이스를 혼자 살고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이게 되는데, 루이스는 자신에게 아무 요구사항도 없이 호의를 배푼 도로시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사랑은 도로시를 화나게 하는 사람은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소름끼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도로시는 그런 루이스로 인해 번뇌에 사로잡힌다. 책을 읽으면서도 사람이 자꾸 죽어나가길래 설마 설마 하면서 읽었는데, 그 설마가 진짜였을줄이야.
도로시는 애인 폴과 결혼해서 한동안 유럽에서 거주하게 되는데, 그 6개월동안 루이스의 영화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그는 오스카 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그럼에도 루이스는 자신의 집에 살지 않고 도로시, 폴 부부와 함께 거주하길 원하고, 그런 루이스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유난히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들이 있다. 주인공에게 정이 너무 많이 든 소설이라던지, 이제는 주인공에게 행복만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가득 남는 소설들. 이 소설은 그런 느낌은 아니고, 과연 루이스는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앞으로 도로시가 사는 내내 도로시를 기분나쁘게 만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루이스는 과연 몇명이나 더 죽였을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 부부가 같이 살면 부부싸움을 하기 마련인데, 폴은 과연 목숨을 제대로 부지할 수 있을지 같은 궁금증이 일었다. 소설과 상관 없지만, 만약에 영화화되면 그 잘생겼다는 루이스 역을 누가 맡는게 좋을까하는 상상도 한번 해보고.
사람들이 사강에 대해 비난하는 요소들인 술, 마약, 자동차 사고, 나이든 여자, 기둥서방 등을 골라 넣어 사강 스스로 즐기면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술, 마약, 살인 등 반사회적 요소가 책 내내 등장한다. 자신을 비난하는 요소들을 골라서 즐기면서 썼다니, 물론 책도 멋있고 좋았지만 그 마음가짐이 책보다 더 멋있는 책이었다.
-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 (p.87)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