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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19년 7월
평점 :
우선 엄마가 둘 아빠가 셋이라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고, 제목도 인상깊었다. 게다가, 서점대상 수상작품이라니. 너무너무 기대가 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따뜻하고 훈훈한 소설이였다. 심장이 쫄깃쫄깃한 미스터리 소설도 좋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도 좋지만, 이렇게 세상 따뜻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보호자가 계속 바뀌고 아이의 성이 계속 바뀐다는 설정 자체가 전혀 훈훈할 수는 없는 이야기이고, 어떻게 그런 책의 분위기를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딱히 갈등이라고 할만한 것이 책의 큰 줄기를 구성하지도 않고, 나쁜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쭉 등장하지도 않는다. 전반적으로 가족소설 답게 술술, 따뜻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친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혼자 강가에 나가서 눈물을 흘리는, 성이 계속 바뀌는 것을 자포자기 하면서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유코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유코는 그 모든 부모들이 준 사랑의 힘으로 멋진 숙녀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사랑이 책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에 책에 온기가 도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부에서, 모리미야씨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이던 유코는 2부에 들어서는 결혼을 앞둔 어른이 된다. 모리미야씨와 사는 장면들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7년의 세월을 건너뛰고 헤어졌던 다른 부모들을 만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도서소개에는 가족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써있었는데, 훗날 내가 부모가 되어 다시 한번 읽으면 조금 더 새롭게 다가올 소설이 될 것 같다.

처음에는 1장 앞에 있는 한장짜리 프롤로그를 보고 '아 그냥 이런 얘긴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마지막장을 넘기고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오고 보니, 그 한장에 참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있었다. 전에 가장 좋았던 장면이 유코의 결혼식이였다면, 첫장을 다시 읽고나니, 모리미야씨가 유코의 아침을 준비하는 이 장면이 내게 가장 인상깊고 기분좋게 남아있는 장면이 되어있었다. 더불에 책을 덮고나서야 제목과 책 표지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유코가 바통이였다니. 상상치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책 홍보문구에도 부모사이를 릴레이 경주하듯 이어갔다는 문구가 나왔었는데, 나는 왜 이제서야 눈치를 챈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