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커버 에디션)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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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니콜키드먼이 제작하는 TV 시리즈의 원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충분히 드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인 허즈번드 시크릿을 비롯하여 유명한 작품들을 여러권 출간한 리안 모리아티의 책이라니, 읽어볼만한 이유는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는 책이었다. 다만, 그렇잖아도 게으름의 정점에 서있는 내가 업무에 치이다보니 손을 대기에는 쉽지 않는 두께여서 아직 읽어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달까. 그러던 와중에 누가봐도 내 취향인 거무튀튀한 커버를 달고있는 리커버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읽어봐야지. 왠지 스릴러일 것 같은 표지와 제목 때문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책을 손에 들었다. 


첫장면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는데, 그렇게 막 극찬하고 영상화까지 될만큼 재미있나 싶은 느낌이긴 했다. 두어장 읽고 책에서 뭘 느끼겠느냐마는 우선 첫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는 무슨 사연들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휴양지는 뭐 하는 곳일까 이런게 너무 궁금해서 조금만 더 읽어볼까 조금만 더 읽고 자야겠다 하게 되었달까. 역시 이래서 베스트셀러인가보다 싶기도 하고.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면서, 그들이 그 아홉명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특히 좋았다.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이야기도 훨씬 풍성한 느낌이고. 아 이쯤되면, 싶은 내 예상을 뒤엎는 전개들이 많아서 더 쫄깃쫄깃 했달까. 처음에 표지나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것만큼 스릴러는 아니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수식어와 찬사를 받은만큼 굉장한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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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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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라는 제목을 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범죄를 쫓는데도 일각연이 있었나보다, 라고 생각할 뻔한 사람이 여기있다. 무지가 팡팡 튀는 중. 수사학이란 정확히 말해서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feat. 네이버 국어사전) 

이 이전에 소크라테스를 읽었으니, 이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을 적합한 때가 된 것만 같았다. 물론 이전에 읽은, 소크라테스도, 이번에 새로읽은 아리스토텔레스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해를 못하더라도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았달까. 게다가 이 책은 꼭 읽어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다. 워낙 같은 말을 해도 맛없게 하는, 맞는 말을 해도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어서 2400년 동안 읽히고 연구되어 온 설득의 기술이 꼭 필요했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된 수사학을 한권으로 모은 책이다. 3권을 모았다고 하면 왠지 두꺼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혀 두껍지 않다.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는 좀 얇은 느낌이랄까. 현대지성의 번역 시스템을 좀 믿는 편이긴 하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주에도 시간을 좀 쏟아가며 여유있게 읽어나갔다. 한 장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무리해서 많이 읽으려고 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만 읽어도 금새 다 읽을 수 있을만한 양이다. 서양철학이나 연설, 토론 등의 수사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아, 이래서 2400년 동안이나 읽히고 연구되어 온건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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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SBS 스페셜 제작팀 외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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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보던 글 중에 요한, 씨돌, 용현에 관한 글이 있었다.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던 내용을 요약해서 쓴 글이었던 것 같은데, 그 글을 읽으면서 다큐멘터리를 꼭 봐야지 했었다. 결국에는 보지 못하고,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지만.


책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함께 수록이 되어 있는데, 김용현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PD, 제작진들의 인터뷰까지 수록되어 있다보니 책에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10,000부 한정이기는 하지만 책의 속표지에는 김용현 님의 서명도 수록되어 있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니. 그 문구가 굉장히 크게 와닿았다. 또다른 인간인 나는 살아오면서 인간으로써 당연한 일을 얼만큼 해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자기반성 시간을 갖게 되기도 했다. 나아가 인간의 삶에 대해서, 내 주변과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시대의 순간, 그 장면 장면에 그가 세겨져 있는 모습이라니. 언젠가는 그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다큐보다, 책으로 나온 것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해왔다고 말하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사는 요한, 씨돌, 용현 씨의 삶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시대의 곳곳에 누군가의 손길이, 도움이 필요한 곳에 홀연히 등장했다가 사라진 요한, 씨돌, 용현씨가 이제는 자기가 베푼 그 따뜻함을 (다 돌려받을래도 돌려받을 수 없을만큼 커다랗지만) 조금이라도 돌려받으면서 남은 생을 따뜻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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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못 하지만 영어 원서는 읽고 싶어 - 재미있게 읽으며 다시 시작하는 영어 혼공법
부경진 지음 / 미래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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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를 읽는 것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나의 로망이었다. 원서를 막힘없이 줄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름대로는 영어 공부도 좀 해봤고 애도 써봤지만, 막연하게 읽기만 해서 그런지 크게 느는 듯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심지어 내가 지금 똑바로 읽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느낌도 들고. 내가 책을 내 수준에 맞지 않는 걸 골라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원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알고싶었다.  


저자는 학원에 갈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영어능력자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니. 세상에, 내 가정이 없어도 직장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피곤에 찌들어 있는 나로써는 저자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기도 쉽지 않은데. 


책에는 저자가 원서읽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방법들이 서술되어 있는데, 나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맞아, 나도 이렇게 하고 있었어.'하는 일종의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저자가 성공한 방법도 실어놓았는데, 그 방법이 나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책에는 이런 저자 자신의 이야기나 방법론 적인 이야기 말고도, 자신이 읽었던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다양한 영어 예문들을 실어놓음으로써,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영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었다. 저자가 꾸준히 블로그를 하면서 원서를 읽었다는데, 책을 읽기 전이나 읽고 나서라도 블로그를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무척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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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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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품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2018년에 이탈리아 3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읽기도 전부터 매력을 느꼈었다. 그리고 첫장을 읽는 순간부터, 이 책이 어떤 책일지,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너무 흥미진진했다. 쫄깃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아 괴짜 느낌인데 매력적이야 하는 흥미진진이랄까. 10명의 할아버지라니. 사실 할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형제들인데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서 주변의 어린아이라고는 주인공인 파비오 뿐이었다. 책을 읽는 중에도 파비오가 이렇게 귀여운데, 그 가족들에게는 하나뿐인 어린아이가 얼마나 귀여울까.


주인공인 아이의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이 소설은 작가인 파비오 제노베시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실제로 이런 가족들이 존재할수도 있다고. 무엇보다 그 가족들만 살고있는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마을이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배경인 성장소설은 어른들이 읽어도 상당히 재미있다. 아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하고,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와 세상이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도와주기도 하면서 다른 시각을 제시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다른 시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보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서 언제나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게 된다. 그렇잖아도 낯선 이탈리아 소설인데 1980년대 배경이라니. 인구의 85%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 대한 소설이다보니 전반적으로 가톨릭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그런 색채도 많이 뭍어난다.


소설에는 인상깊고 아름다운 구절이 무척 많았다. 인생에 대해 생각할만한 거리도 던져주고 울림도 있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만 같은 소설이다. 이런 자전소설을 쓴 이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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