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후계자 유리왕좌 시리즈 3
사라 제이 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아테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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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몰입해서 읽었다. 지난주까지 중요한 일정하고도 심란한 일들이 많아 마음이 허공을 헤메이고 있었다.

그러다 책꽂이에서 나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도톰한 책에 눈길이 갔다. 평소에 읽는 자기계발, 인문학, 심리, 경제서적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1년 중 한번 정도는 감정의 힐링처럼 만나는 환타지 소설이다.

제목 ' 불의 후계자'

저자 : 사라 제이 마스


이책은 뉴욕의 베스트셀러 유리왕좌 3권의 시리즈 중 3번째 이야기이다.

작년에 우연찮게 2권을 읽었다. 뭐랄까? 내가 참으로 오랜만에 소녀의 감성으로 들어갔다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어느쯤, 나는 선풍기 바람이 날리는 만화책방에 앉아 정신줄을 놓고 책속의 멋진 여주인공과 조각같은 남자주인공의 유치하고도 설레는 로맨스를 두근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딱, 그때의 감정을 만났다.

'아, 내 나이가 반백을 향해 가도 여전히 마음속에 소녀가 살고 있구나!'

잠도 안자고 몰입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 3번째 시리즈 "불의 후계자"가 출판된다는 말을 듣고 예약주문을 했었다.


주문을 하고 약 1주일을 기다렸나 보다. 그렇게 막상 책이 왔지만 그때쯤 집안에 중요한 일이 발생했고 내게도 마음을 뒤 흔드는 사건을 만나며 작은 우울에 빠졌다. 그렇게 내 손에 도착하고도 일주일은 책꽂이에 주인의 기다림을 애태운 책이었다.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금은 편한 책을 읽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왠일이지 첫 몇십페이지는 잘 넘어가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맴도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어느 포인트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몰입감이 올라오더니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책을 읽느라 새벽잠을 줄이는 경험을 해 보았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니 안 읽고는 못 베기는 식이었다. 퇴근후 저녁도 고구마 하나와 우유 한컵을 마시고 바로 책상에 앉았다. 입시준비를 하는 학생처럼 그렇게 나는 책이 뚫어져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꼬이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참으로 신기하지 아니한가? 책의 마법이 이런것인지...

아마도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주는 능력이 대단한 것일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것 처럼 몰입하고 주인공들과 한 몸이 되어 같이 싸우고 기뻐하고 설레이고 있는 나를 만났다. 무엇이 나를 19살 여주인공의 마음에 그토록 빙의가 되도록 한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타고난 여왕의 운명을 외면한 채 살아가던 여자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잠재되어 있던 엄청난 마법의 힘도 되찾고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스스로 선택하는 참된 인간의 모습도 보여준다.

물론 그 속에 등장하는 멋진 남자주인공들과의 사랑과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쫄깃함이다.


책을 덮고 가만 생각하니 참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단순히 하이틴로맨스 같은 흥미로만 엮여진 내용이 아니다.

인간의 책임감과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본성의 선악은 무엇이 정답인지를 뒤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여자 주인공이 어둠의 기억을 통해 생명을 앗아가는 악마들에게 붙들려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는 장면이 있다. 불행의 장면과 기억들, 끔직한 슬픔과 자책의 감정들을 보여주면서 삶의 의지를 놓게 하여 육체의 껍데기만 남기고 말라 죽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빼앗긴 여러명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는데 모두 하나같이 혈액 한 방울없이 빈껍데만 남은 공허한 모습으로 죽어있지만 게 중에는 알수없는 저항을 하며 죽어간 흔적도 있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 의식하던 못하던 어떤 감정과 환영을 보며 그것이 내 진실이라 믿고 그에 따르는 감정들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고 있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우울하다. 불행과 우울, 부정적 감정만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은 그 생명이 말라가고 껍데기만 남긴체 죽게되는 삶을 살고 있다. 가끔 그런 시간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또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가는식...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의 삶의 마지막 바닥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 그 불행과 슬픔의 환영들을 헤치고 일어나 당당히 걸어나온다.

그리고 초인적인 마법으로 악마들을 모두 제거하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우리 내면에도 저런 의지가 있지않을까? 나는 그런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싶다. 세상이 어떤 불행과 우울한 감정을 가져다 주어도 그건 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나의 생명을 뺏앗으려는 악마의 농간이니 나 스스로 당당히 걸어나와 삶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싶다. 나는 그런 초월의 마법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덮을때 쯤 나의 우울하던 마음도 많이 치유되었다.

'그래,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유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잠재 마법을 가진 사람이다.'환타지 소설을 읽고 환타지속의 감정으로 웃고 있는 내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그렇게 또 연약하고 실체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증빙을 만난다. 작가는 인간의 선악적 본성에 대한 이해와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간의 따듯한 우정, 냉혹하고 잔인하도록 훈련받은 마녀의 알수없는 감정적 선택과 갈등,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속의 안타까움과 짜릿한 행복의 감정 그리고 슬픔....


'우리 인간이 이렇게 살아가지, 그렇치, 그런거 같다.' 하는 몽롱한 사색의 시간을 만난다.

여전히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중간단계에 올라와 마무리를 향해 더 큰 모험을 떠나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믿지만 한번도 편하고 아름답게 진행되지는 않는 삶의 운명을 보니 조금은 서글픈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선택지는 없다. 길은 정해졌고 그곳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운명이다.


정해진 운명은 거부하는게 아니라 잘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가야한다. 그것이 주어진 책임인 것이다. 어리고 강인한 전사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여주인공이 참으로 아름답고도 웅장하다.

가만히 그녀를 마음으로 안아준다. 토닥토닥!

어쩜 나는 책속의 그녀를 통해 나 자신을 안아 준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위로받으며 정해진 운명속으로 걸어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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