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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의 형태를 잃게 되는 병으로
인간 존재를 들여다보는 사회파 미스터리
인간이 다른 형태로 변이된다. 믿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 각지로 퍼져 나가 전국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이 현상은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은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들에게 나타났는데 벌레, 동물, 물고기, 식물 등으로 변했다. 이 병에 걸린 이들은 불치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어떤 이들은 변해버린 자식을 죽이기도, 먹어버리기도 했다.
미하루의 아들인 유이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벌레로 변한 유이치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이형성 변이 증후군 이라는 말을 듣는다. 미하루는 사랑하는 아들 유이치를 버릴 수 없었다. 미하루의 남편 이사오는 벌레로 변한 유이치를 더 이상 아들로 보지 않고 급기야는 미하루 몰래 산에 갖다 버리기까지 한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말도 못 하고, 두 다리로 서서 걷지도 못해. 우리가 하는 말도 알아듣는지 알 수 없어. 그런 존재야. 개나 고양이랑 다를 바 없어. 아니, 개나 고양이는 그나마 귀엽기라도 하지. p.36
미하루가 생각하는 행복한 인생이란, 보통 대학을 나와서, 보통 회사에 취직하고,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보통의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보통’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p.261
유이치가 바라는 인생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우유부단한 아들이라서 진로 설계 같은 건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유이치는 분명 갈팡질팡할 테니 내가 대신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어쩌면 미하루가 계속 제시해온 바른길이 유이치에게는 바닥이 불안정하고 한 발 내딛기에도 주저하게 되는 좁은 길이었을지 모른다. p.262,263
아이에게는 유일한 존재일 부모, 그 누구보다도 자기편이어야 할 부모에게 계속 부정당하면, 비뚤어져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습이 이형이 되기 이전에 마음이 이미 이형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냥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니까. p.321
이 책은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혐오스러운 생명체로 변했을 때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첫 부분부터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있어서 이입이 많이 되는 이야기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유이치의 생각이 너무 가슴이 아려왔다. 혹시 우리 아이들도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어떤 부모일까?
미하루처럼 나도 아이들이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정말 보통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건 이렇게 해야한다, 저건 저렇게 하는 좋다, 그리고 “다 너를 위해서 그래”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를 위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정해주는 인생이 아닌 자식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 부모는 그저 옆에서 거들어주고 지켜봐줘야 한다. 이 책은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인간에 맞지 않는 건 어떤 걸까?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해. 엄마도 그렇게 할 거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책망하지 않아. 쭉 지켜볼게. 엄마는 유이치를 믿고 있으니까. p.3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