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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 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고모를 통해 시작된 양씨 가족의 이야기.
스쳐지나듯 본 글 중에 '이모는 성정이 온화하고 침착한데, 고모는 항상 화가 나 있다.'라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의 댓글에는 아빠의 남매인 고모와 엄마의 자매인 이모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같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양주연님이 자신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양양>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옮긴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감독님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15년에 술취한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가족 중에 '고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모의 이름을 묻는 감독님에게 아버지는 양씨 집안의 여자들은 다 불행했으니 너는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감독님은 고모에 대해 알기 위해 가족들 및 고모 동창들의 이야기, 사적이거나 공적인 기록들을 접하면서 점점 많은 의문에 휩싸이게 되고, 가족 내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여성이 받아야 했던 차별과 아픔에 대해 알게된다.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조상들의 제사는 음력 일자까지 철저히 기억하면서 온 가족이 모이는데, 고모의 죽음은 기일조차 모르는, 애도될 수 없는 죽음으로 머물러 있었다.'는 구절에 마음이 아팠다. 같은 곳에서 선물을 사오면서도 누나인 고모에게는 색이 적은 크레파스를 사다주고 남동생인 아버지에게는 색이 많은 크레파스를 사다준 할아버지, 공부를 잘했지만 성인이 되어도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에 의욕이 꺾인 고모의 모습, 항상 중앙에 찍혀 있는 아버지와 그 옆에 있는 고모의 사진을 보면서 감독님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가늠해보았다.
이 책에는 태어나면서 누군가가 지어준 이름에 '세상', '근원' 등의 뜻을 가진 한자를 쓰는 사람과 풀이름, '예절' 등의 뜻을 가진 한자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다며 주인공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족 묘지에 묻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사람, 사망 일시와 장소가 호주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신고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출생과 죽음, 한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것조차 평등하지 않다는 이 이야기는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일지언정 미래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이 살펴보고 행동해야겠다.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