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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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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화자인 유리는 까페에서 일하고 있으며,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상태. 유리는 휴무 중 하루를 전에 할머니와 살던 동네에 가서 보낸다. 할머니와 살던 집의 주인 아주머니와도 인사하고 슈퍼에 가서 동네 할머니 간식도 사다드린다. 유리와 함께 사는 언니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 가만히만 있어도 혼났고, 현재는 부모가 따로 살고 있으며, 16년 일한 직장을 그만 둔 상태다. 또다른 주요한 인물이라면 유리가 일하는 까페의 단골인 재한 씨. 재한씨는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 책은 이들과 함께 한 유리가 쓴 3개월(10월부터 12월까지)동안의 일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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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작가님이 쓴 대부분의 소설에서 현재 시점의 일은 매우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과거의 일은 선명하지가 않다. 독자는 여러 정황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짐작이 맞는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그래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이 나오는 편. 작가님의 소설은 정서를 크게 자극하는 선정적인 사건이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나의 일상을 글로 만들어 주는 소설, 나의 일상을 꼼꼼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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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며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정함과 오지랖의 경계에 대해서. 추운 날 따뜻한 캔커피를 건내는 마음. 전기 계량기 숫자를 잘못 적어서 다시 적어야 하는데 그 집 문을 두드리기 미안해서 사람이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마음. 옛동네 일을 도와주는 유리에게 건내는 노인들의 이야기. 친언니를 타박하고 유리에게 88이라 부르면서도 친언니를 찾아오고 커튼을 달아주는 마음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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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고, 잘 살고 싶다면 남들처럼 나태하게 살지 말라'는 글과 다르지만,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 너는 괜찮다, 너 자신을 살아라'는 글과도 다르다. 살아가는 하루하루에서 자신의 경계를 지키며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그 날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