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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은유 작가가 <한겨레>에서 연재한 '은유의 연결'에서 인터뷰한 16명, 그리고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한 2명을 더한 18명의 인터뷰가 실린 책이다. 어쩌다보니 작가의 인터뷰집을세 권째 읽게 되었다. 은유 작가의 인터뷰는 읽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인터뷰의 마지막에 '인터뷰 후기'라고 해서 인터뷰어를 만나게 된 계기라거나 선정의 이유, 인터뷰어의 현재 상황 등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다. 인터뷰 당시에서 끝나지 않고 지금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서 좋았다. 뭔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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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가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어느 부분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따라 인터뷰이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크게 그린 사람'이라고. 한 사람을 온전하게 혹은 세밀하게 보여준다기보다 인터뷰어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제목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평범한 한 사람이지만 그 안에 측량할 수 없는 큰 것-의지 또는 사랑, 존엄성 그런 것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인터뷰이 중에서 원도, 김혜진, 수신지는 이름이 익숙했으나(적어놓고 보니 다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생소했다. 모르는 이들을 알게되었다는 기쁨의 한켠에 '내가 사회에 이토록 관심이 없구나'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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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민금채, 김진숙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김혜진 작가의 인터뷰는 작가의 글을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고, 민금채 대표의 인터뷰는 읽고 바로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찾아볼 정도로 매력이 있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참 이상하게도 '나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건 해고자의 삶이었으니까.'라는 구절에서 쉽사리 떠날 수 없었고,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터뷰 후기를 읽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무 긴장이 되었고, 다 읽고 나서는 내가 원하던 내용이 있어 기뻤다.
<하니포터 3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중략>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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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가 광장에서 운다는 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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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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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 가면 309일 크레인과 희망버스로 소개받는 것도 좀 부담스럽고요. 저는 그냥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이 좋아요. 나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건 해고자의 삶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