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강혜빈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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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볼 때 어디부터 보나요?"

많은 사람들이 제목이라고 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에 실린 시들 중 같은 제목을 가진 시가 세 편 있다. 각자 다른 시인이 쓴 이 세 편은 산문처럼 쓰여져 있어서 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어도 친숙하게 읽힐 것 같다. 어떤 시인은 시를 감상할 때 '읽는' 것보다 '보는'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것처럼 '시어'와 이미지를 보는 것이라고. 저 이야기를 들은 후로 시가 이해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단지 보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봐도 괜찮으니까. 김현 시인의 <봄>이라는 시는 보기에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든다. '목이계속길어진다'는 문장을 정말 목이 길어보이게 배열해 놔서 재미있다. 안미옥 시인의 '알찬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을 위한 비유의 메뉴판'이라는 시도 형식이 식당 메뉴판 같아서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알찬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에게 너의 잠은 쉽게 흩어지고 신년 계획이 위태롭고 무모하다고 해도 괜찮은건가? 오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만들어낸 신조어인줄 알았던 단어들이 사전에 있는 단어라서 놀랐다. '푸지다', '더덜없다', '내남없다', '염의없다' 이런 단어들.......다 알고 있나요?


이 책의 부록에도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이하 혼점산)에서 처럼 세 가지 질문이 있다. 부록을 읽으며 '시인들은 자기 시 읽는 것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혼점산과 세 번째 질문이 달랐다. 혼점산은 마지막 질문이 오늘 저녁에 세상이 망하면 점심에 뭘 하고 싶은지였는데,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은 '오늘 저녁에 세상이 망하면 점심에 어떤 시집을 읽으시겠는지?'이다. 과연 어떤 시인이 시집을 읽고 어떤 시인이 다른 활동을 선택했는지, 어떤 시인이 자기 시집을 읽겠다고 했는지 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하니포터 2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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