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96-197>>  

문종식 정치가 자리 잡히기엔 재위기간이 너무 짧았다.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종기.  

세손을 세자로 바꿔 책봉했지만, 자신의 걱정과 세자의 어린 나이가 아무래도 걱정이었다. 걱정의 중심엔 아우 수양대군이 있었다. 그가 지닌 정치적 힘과 거침없는 기질, 그리고 언뜻 언뜻 내비치는 야심이 두려웠다.(수양의 기질과 야심에 대한 얘기는 다음 권인 제5권(단종, 세조편)으로 미루도록 하자.) 

행여 섣불리 견제하다간 오히려 반발의 정치적 명분만 안겨주기 쉽고 무엇보다도 문종 자신의 성미와 맞지 않는다. 문종은 시종일과 수양을 옹호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택했다. ... 내가 진정으로 아끼고 위한다면 수양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게야. ... 

재위 2년 3개월, 다시 종기가 재발했다. 급격히 악화되더니 야심가 수양의 과장된 울부짖음을 들으며 눈을 감고 말았다. 

30년 넘게 세자로 있으면서 갈고 닦은 솜씨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용상을 비웠다. 

소식을 접한 신하와 백성들은 세종 때보다 더욱 슬퍼했으니, 

나이 어린 세자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아직 결혼 전이니 부인도 처가도 없다!! 

그렇게 홀홀단신 열두 살 단종은 왕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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