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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지음, 김창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예전에 중앙일보 book section에 소개된 신현림 시인의 서평을 보고 .. 함 읽어보자고 샀던 책이다.
"늦어도 11월에는"... 소설의 제목이다. 50년대 쓰여진 독일 소설가의 작품이었다.
읽어보면 소설속의 시대가 50년대가 아니라, 지금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촌스럽지도 않고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같은 그런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업체 사장 부인과 소설가 ... 등장인물 설정도 괜챦고..
서로를 이해 못하고 보듬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부부와 첫눈에 반했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서로 힘들어하다가 나중에서야 사랑을 깨닫고 짧은 행복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연인...그 교집합이... 여주인공 마리온이다.
책을 읽다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 부인이 시간과 돈을 주체못해서 바람을 피는 정도로만 볼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나말고도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소설가 묀켄이 마리온에게 하는 말..."당신과 함께라면 지금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는 그 말 한마디에 남편과 자식, 부와 명예 그 모든 것을 포기했던 마리온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불륜으로 보겠다고 한다면 심각한 파렴치한들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나나 내가 아는 다른 누구더라도 마리온이 처했던 처지를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다른 방향에서 볼수 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에 왜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마지못해 무료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매혹에 혹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리온의 행동이 칭송을 받아햐 한다거나, 그래 모두 뛰쳐나가서 나를 찾고 내 사랑도 찾아야 한다거나..뭐 이런 급진적인 행동을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부부지만 외부로만 보여지는 관계, 서로 애정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관계, 서로 무시하면서 아무 일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관계, 경제적인 관계로만 살아가는 그런 부부사이 였다면, 마리온이 묀켄에게 빠져들 수 밖에는 없었겠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두 연인의 너무나 짧았던 행복의 시간을 축복하려 했던 나는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신현림 시인의 서평에서 만약 다른누군가가 "당신과 함께라면 지금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라고 말을 한다면, 그사람의 손을 꼭 잡고 "저도 그 책 읽었어요" 라고 한 말... 나도 할 수 있으면 한다. 애가 자다 깨서 보챈다.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