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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책방 ㅣ 숨쉬는책공장 청소년 문학 6
곽영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방이라는 말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느려진다
백년책방은 제목이 참 좋다! 요즘처럼 뭐든 빠르게 지나가고 금방 소비되고 잊히는 때에 "백년"과 "책방"이라는 두 단어가 나란히 놓이는 순간 괜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실제로 읽어 보니 이 책은 그저 책이 많은 예쁜 공간이 아닌, 누군가가 먹고살고, 배우고, 버티고, 끝내 자기 자리를 지켜 내는 장소로 책방을 그린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제주라는 배경이 주는 결도 선명해서 바람 냄새와 오래된 거리의 표정 같은 것이 이야기 전체에 은근히 스며 있다.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안으로 스며든 역사
병진과 명인의 시간이 중심에 놓이면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얼굴을 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성장의 자리가 그저 사춘기의 흔들림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광복 전후의 제주, 일제의 탄압,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붙드는 아이들의 시간이 겹쳐지면서 백년책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을 보관하는 장소처럼 서게 된다. 역사를 설명문처럼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누군가의 허기, 우정, 상실, 기다림 안으로 그 시대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무언가를 지킨다는 건 거창한 영웅담보다 매일 같은 자리를 버텨 내는 힘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이 책은 조용하게 보여준다.
아이에게 먼저 건네고 싶어지는 청소년소설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도 이런 책은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역사를 사건과 연도로만 배우면 금방 흐려지지만, 누군가의 우정과 상실, 두려움과 버팀으로 만나면 훨씬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백년책방은 바로 그런 식으로 마음에 들어오는 소설이다. 청소년문학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움직일 만한 여운이 있고, 제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답게 지역의 시간과 공간이 이야기의 결을 단단하게 붙들고 있다. 책방을 지킨다는 일이 결국 사람의 시간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 그리고 오래된 공간 하나가 한 사람의 삶에서는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는지를 이 책은 따뜻하지만 가볍지 않게 전한다. 잔잔하지만 얕지 않은 청소년소설, 학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권하기에도 참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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