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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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먼저 앞선다

이 책을 대면하며, "서울"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도시 이름 뒤에 "이데아"라는 조금은 추상적인 단어가 붙는 순간, 이 이야기가 단순한 서울살이의 기록은 아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읽는 내내 내 관심은 서울이라는 공간보다 그 공간을 향해 기대를 걸었던 한 사람의 마음 쪽으로 더 많이 향했다. 준서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고, 살아온 내내 한국인으로 불려 왔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서울에 품는 기대는 여행의 설렘과는 결이 다르다. 드디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굳이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의 바닥에 오래 깔려 있다.

가까워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거리감

좋았던 건 이 소설이 서울을 함부로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촌의 캠퍼스, 홍대의 밤거리, 광화문의 장면들이 스쳐 가지만 그 익숙한 풍경이 곧바로 환대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준서에게 서울은 가장 닮은 얼굴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는 공간처럼 보인다. 한국인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들, 같은 언어를 쓰는 것 같지만 묘하게 엇나가는 마음들이 과하게 설명되지 않은 채 차곡차곡 쌓인다. 정체성이라는 말을 거창하게 꺼내지 않아도 사람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모를 때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가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결국 고향이라는 건 장소인지, 관계인지, 아니면 나를 덜 긴장하게 만드는 어떤 공기인지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다 읽고 나면...

서울 이데아는 쉽게 다독여 주는 소설은 아니다. 어딘가에 가면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가 현실 앞에서 얼마나 자주 어긋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낯선 공간에서 내 자리를 만들겠다고 괜히 어깨에 힘을 주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정말 필요했던 건 더 멋진 장소가 아니라 조금 덜 긴장해도 되는 관계 하나였다는 것도 같이. 한국소설, 장편소설, 청춘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건드리는 결을 분명 반갑게 느낄 것 같다. 조용히 스며들어 오래 남는 작품,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름을 빌려 결국 사람의 소속과 마음의 주소를 묻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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