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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홈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6
진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배경이 먼저 강하게 들어왔다.
원전 폭발 이후, 피폭 생존자들이 모인 거대한 수용소라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묵직하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면 내게 오래 남는 건 무너진 세계의 규모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붙들고 또 밀어내는 아이들의 마음이다.
안전하다고 해서 곧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홈은 살아남기 위해 머무는 장소다.
하지만 동시에 오래 있을수록 사람을 지치게 하고 조금씩 갉아먹는 공간처럼 보인다.
밖은 위험하고 안은 불안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이라는 말의 뜻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머물 수 있다고 해서 곧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보호받는다고 해서 곧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꽤 차갑게 보여준다.
끝내 남는 아이는 대개 누군가를 포기하지 못한 아이다.
주인공 헤이가 동생을 찾기 전까지 홈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내게는 꽤 크게 남았다.
대단한 영웅심 때문이라기보다 버릴 수 없는 사람이 있어서 그 자리에 남는 인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사람은 강해서 버티기보다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있어서 버티는 경우가 더 많다.
헤이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의 중심에는 늘 그 감정이 놓여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재난은 배경이고 진짜 이야기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강한 설정에 기대어 인물들을 밀어붙이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친 경민과의 관계도 그렇다.
우정이 낭만적으로만 흐르지 않고, 함께 버티는 마음과 서로에게 짐이 되는 순간이 같이 보인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결국 오래 남는 건 폐허의 풍경보다 누가 누구 곁에 남는가, 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다.
잔혹함보다 선택의 무게가 더 크게 남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가 아이들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혹한 상황은 분명한데 고통을 과장하기보다 그 안에서 각자가 무엇을 잃지 않으려 하는지를 더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공포보다 관계의 온도가 남고, 위기보다 선택의 무게가 더 크게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생존보다 사람 쪽으로 읽힌다.
빅 홈은 강한 배경과 긴장감 있는 설정을 가진 청소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전개만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무엇을 피해 달아나는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재난의 이야기보다 끝내 사람을 놓지 않는 이야기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의 추천 이유
재난 이후의 세계, 불안정한 공동체, 청소년의 선택과 우정을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무너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사람의 얼굴과 관계가 남는 작품을 찾는다면 빅 홈은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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