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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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에 끌려서, 일단은 경계부터 했다

책 고를 때 제목이 너무 세면 오히려 한 번 더 의심하게 되잖아. 다프네를 죽여줘는 딱 그랬다. “자극만 남는 책이면 어쩌지?” 싶어서, 처음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앞쪽만 살짝 훑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쳤다. 근데 웃기게도, 앞부분 몇 장 넘기는 순간부터 ‘이건 센 척하는 문장’이 아니라 ‘지금 당장 숨을 쉬고 싶은 사람의 말’처럼 들리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그때부터는 나도 모르게 페이지가 빨라졌다. 스릴러처럼 잡아끄는데, 스릴러라고 단정하면 또 어긋나는 느낌. 그 애매한 결이 오히려 중독적이었다.

p.14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이 말, 너무 익숙해서 아팠다

(p.14)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그렇지 않다. 선택의 여지는 항상 있다.

“제가 이 여자를 죽여야 한다니까요!”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잠깐 덮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 살면서 우리도 너무 자주 하니까. 일이든 관계든, 마음이든. 근데 바로 다음 문장이 그걸 부정하잖아. 선택은 항상 있다고. 이게 위로가 아니라 더 잔인한 진실이라서 마음에 꽂혔다. 다프네를 죽여줘는 이런 식이다. “괜찮아”라고 등을 두드려주기보단, “그럼에도 네가 고를 수 있는 게 하나는 남아”라고 말하는 쪽.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p.31 욕이 거친데, 그 거침이 ‘자기 고백’처럼 보일 때

(p.31) “나는 악녀고, 화냥년이고, 쌍년이고, 창녀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이 책, 확실히 표현이 세다. 욕도 많고, 선정적인(성적인) 표현도 종종 나온다. 그래서 가족 옆에서 읽을 땐 괜히 화면 가리는 사람처럼 책장을 슬쩍 가리게 되더라. 근데 p.31은 단순히 “거칠다”로 끝내기엔 묘하게 슬펐다. 누가 욕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그 말로 못 박아버리는 느낌. 그건 센 캐릭터가 아니라,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사람이 마지막으로 방어하는 방식처럼 보였다. 다프네를 죽여줘가 가진 불편함은, 사실 그 불편함이 ‘진짜 같은 표정’이라서 더 오래 남는다.

p.44 “마지막 숨은 첫 울음보다…” 죽음이 아니라 ‘휴식’의 언어

(p.44) “절대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마지막 숨은 첫 울음보다 더 평화로울지니.....”

이 문장은 컨디션에 따라 꽤 세게 들어올 수 있다. 요즘 마음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숨 고르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걸 ‘죽고 싶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그냥 좀 쉬고 싶다’는 말로 읽었다. 살다 보면 죽음 자체를 원한다기보다, 지금의 소음과 통증이 멈추길 바랄 때가 있잖아. 다프네를 죽여줘는 그런 마음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거칠게 툭 던져서 더 진하게 남긴다.

p.252 마지막 한 줄이, 의외로 현실적인 이유

(p.252)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인생을 자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보 같은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이 문장이 제일 오래 간다.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친구가 술자리에서 “야, 너 진짜 한번 바꿔봐”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걸 ‘인생을 자주 갈아엎어라’가 아니라, 최소한 하루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틀어보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관계든, 루틴이든, 내 몸과 마음을 대하는 방식이든. 큰 결심 말고 작은 변화. 그 작은 변화가 무너지는 걸 막는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끝에 남겨두는 방식이 꽤 영리했다.

읽기 팁: 호불호 포인트는 분명하다

정리하면, 다프네를 죽여줘는 “재미있게 읽히는 어둠”을 가진 책이다. 다만 욕설과 성적인 표현이 잦아서 불편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이 막 ‘호감형’으로만 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근데 그게 싫어서 덮을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까칠함 때문에 “진짜 사람 같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후자였다. 웃기게 달리는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한 책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꽤 잘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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