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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비밀 - 버핏의 평생 파트너, 트위디 브라운의 절대 투자 원칙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권성희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가치투자의 비밀》은 한마디로 가치투자의 역사라고 저 나름대로 정의해보았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지극히 저평가된 주식들을 긁어모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중에는 2005년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한제분, 2003년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이었던 스위스 콘제타 홀딩 등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가치투자의 비밀》은 벤저민 그레이엄식으로 말하면 안전마진이 충분했던 기업, 절대 손해보지 않는 주식, 이런 데 투자하는 게 가치투자이며 가치투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투자이자 절대 난해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트위디 브라운’에서 38년 넘게 일한 펀드매니저입니다. ‘트위디 브라운’이 가치투자 역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운용사인지 역사상 가장 탁월한 세 명의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월터 슐로스, 워런 버핏을 상대로 매매했던 곳입니다. 트위디 브라운 창업자 빌 트위디는 다른 중개인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거래가 부진한 틈새시장을 찾았던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을 1920년대부터 이미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월가에서 혼자 일하던 빌 트위디는 1945년 하워드 브라운과 조 레일리를 만나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워드 브라운은 저자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아버지였습니다.
책에 포함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치투자자가 이해해야 할 기본 개념과 원칙(1장),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2장), 기업분석은 어떻게 하는지(2장), 해외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3장), 투자자가 유의할 사항(4장). 이처럼 가치투자의 기본 내용을 충실히 다 담았는데요. 다른 책과 달리 이 책만의 장점은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하 그런 뜻이었구나!”라고 단번에 이해되는 게 이 책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재무제표 같은 어려운 기업분석 지표 같은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초보자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궁금할 때마다 펼쳐 보면 금방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가치투자의 개념을 정말 쉽게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주식은 쇼핑과 같아서 보통보다 가격이 떨어질 때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평소 파운드당 8.99달러 하던 쇠고기 등심을 2.50달러에 팔고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43쪽)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대출을 더 받는다.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을 빨리 갚으려고 한다.”(44쪽)
이처럼 주식도 상식처럼 사고팔면 되는데 저자는 주식시장에서만은 예외인 것 같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주식에 흥분하고 인기 있는 주식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고 합니다. 주가가 하락해 가격이 할인되고 있을 때는 주식을 외면해버리는 것도 같은 특성이죠. 왜 그럴까요?
저자는 투자자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FOMO 현상 말이죠. 소고기든 자동차는 물건을 살 때는 세일할 때 사는 것이 경제적인 것처럼 주식도 할인할 때 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럼 할인 중인 주식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주식이 세일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기준이 바로 내재가치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란 은행 입장에서 보면 담보물의 가치와 채무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가치를 합한 것”(55쪽)이라고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내재가치인 것이죠. “주식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대부분 살 때 결정된다. 싸게 살수록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커진다.”(56쪽) 이 책에서 기억해야 할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가가 내재가치의 3분의 2 이하여야 한다는 그레이엄의 가치관을 저자도 가치투자의 기초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안전마진이라는 것이죠. 그럼 내재가치란 무엇이냐? 재무제표 용어로 말하면 순유동자산가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순유동자산가치란 단기간에 팔아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에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를 뺀 자산이죠. 즉 부채를 갚은 뒤 남는 현금성 자산의 가치가 주가보다 33% 이상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이라는 설명입니다.
어떤 주식을 살까? 여러 방법이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를 주목하라고 합니다. 주식시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질 때 주식을 사면 훗날 뛰어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91쪽)는 것이죠. 다만 떨어지는 주식을 살 때 기억해야 할 1가지 원칙으로 언제나 안전마진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고평가된 주식은 가격이 떨어진다 해도 잡으려 하지 말라며, ‘니프티 피프티’ 하락을 예로 듭니다. 1973~1975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미국 주식들이 평균 60%씩 하락했을 때 그 직전까지 투자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니프티 피프티’는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칼을 잡지 말라”라는 격언에 딱 맞는 이야기죠.
기업 내부자라 할 수 있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살 때도 주식 매수의 기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적대적 인수의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자가 자기 돈을 털어 회사 주식을 산다면 논리적인 이유는 단 하나뿐, 회사가 앞으로 좋아져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죠.
할인 중인 주식을 어떻게 찾을까?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주식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S&P가 발간하는 기업편람을 꼼꼼히 읽으며 각 기업의 장부가치와 주가를 비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과 부채를 모두 뺀 뒤 남은 자산을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 수로 나눴다고 하죠. 이 지루하고도 힘든 작업을 다 해낸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에 데이터베이스화된 기업 정보를 분석하는 것도 귀찮은데 말이죠...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게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의 기회를 찾는 또 다른 방법으로 주목할 것은 최근에 매각된 기업의 매각 가격을 알아낸 뒤 이 가격과 비교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동종업계에서 찾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M&A는 대개 기업의 실제 가치에 근접한 가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2장 후반부에는 재무제표를 분석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옵니다. 재무상태표의 여러 항목을 보고 어떻게 기업을 진단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소제목이 기업 건강검진 I, II, III 이라고 나오는데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되네요. ‘대차대조표’라는 옛 용어를 그대로 살린 것은 이 책이 역사임을 말하기 위한 것일까요? 그런 느낌도 들긴 하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기업분석의 옛 방식들, 엄청나게 저평가된 기업들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가치투자의 역사로 소장할 가치도 있어 보입니다.
3장은 해외 주식투자 이야기입니다. 다 과거 이야기이지만 일본의 보험회사, 영국의 위스키 회사 디스틸러스, 1998년 아시아 주식시장, 1980년대 말 통일 독일 주식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4장은 투자자들이 유의할 사항을 적은 저자님의 당부 말씀 같은 것입니다. “주가의 등락을 맞추는 게임에 골몰하는 것보다는 상승 잠재력이 높은 가치주에 투자한 뒤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낫다.” 같은 주옥같은 조언이 가득합니다.
또 주식은 은행예금과 달라서 수익률이 매년 변하기 때문에 저자는 3년간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단기 채권에 넣어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내버려뒀다가 주가가 하락했을 때 인출해 쓰는 용도의 돈이라는 것이죠. 주가가 하락했을 때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을 팔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인즉슨 주식시장이 하락한 뒤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234쪽으로 비교적 얇지만 가치투자의 기본을 잘 담아낸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투자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설적인 이야기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서재에 보관해두고 종종 꺼내볼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