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 - 결국 이기는 기업의 경영 원칙
리즈 호프먼 지음, 박준형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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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위기를 이용해 큰 성공을 거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을 고수들이라고 하겠죠. 이 책은 그런 고수들의 성공 사례를 담았습니다.

우리가 잘 알 듯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받은 대표적인 업종은 여행, 숙박, 항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팬데믹을 이용해 오히려 더 성장한 기업들이 있었으니, 책은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 아메리칸 항공, 힐튼호텔을 소개합니다. 이 업종엔 속하지 않지만 포드자동차와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도 팬데믹을 이용해 큰돈을 번 사례로 소개합니다.

에어비앤비 사례가 재밌었습니다. 코로나로 여행객이 없는데 속수무책이죠. 사업을 포기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성공을 이뤘으니 책에서 다뤘겠죠.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하고 직원을 6분의 1이나 해고했습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을 방편을 마련했습니다. 줌을 통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인 것이죠.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체르노빌로 가서 버려진 개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체르노빌은 평소에 직접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니까요. 이런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2020년 급감했던 매출을 2년 만에 끌어올려 이전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팬데믹 종료 이전에 말이지요.

다음으로 포드자동차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코로나 때 마스크와 인공호흡기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임을 발견한 포드의 CEO 짐 해켓은 즉시 머리를 굴립니다. 인공호흡기 구조가 자동차 에어컨 시스템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당시 미국의 구호였던 ‘10만 개의 인공호흡기 생산’을 현실화하기 위해 모든 생산라인을 바꿔나갔습니다. 일명 ‘아폴로 프로젝트’ 포드자동차의 모든 생산라인에서 의료 장비를 생산한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짐 해켓은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경영승계 준비 중에 이런 아이디어를 내다니, 최고의 리더다운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끝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퍼싱스퀘어라는 헤지펀드 CEO 빌 애크먼. 팬데믹의 진정한 승자(위기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의미에서)는 바로 빌 애크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속속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고 인생 최대의 트레이딩을 벌였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팔아버리고 신용부도스와프를 사들이는 데 331억 원을 쓰는 강수를 둡니다. 신용부도스와프란 채권이 부도날 때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라는 걸 책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암튼 다들 투자금을 회수하고 앞다퉈 현금을 보유하려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일 때 빌 애크먼은 거액을 투자했고 단 3주 만에 3조 4,000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수익률이 무려 30만 %라니....

책에서 느낀 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들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겠고, 시장을 읽는 눈과 선견지명,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기가 닥치기 전에 구멍난 곳 없는지 미리미리 살피고 고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든 아니든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책 내용에 비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자 리즈 호프먼은 10년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로 일했다고 합니다. 기자분들이 글을 재밌게 쓰시는 경향이 있어서 기대했는데 솔직히 제 기준엔 그리 재밌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당시 상황을 소설처럼 박진감 있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는데, 저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사가 독서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잘 기억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원서의 부제(The Inside Story of How the World's Biggest Companies Survived an Economy on the Brink)를 바탕으로 번역서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원제(Crash Landing)를 바탕으로 좀 더 심플 혹은 강렬하게 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책 맞습니다!


미국의 기업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빌 애크먼은 인생 최대의 트레이딩을 벌이고 있었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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