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암산에 사는 아까시 나무의 말.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데 틀렸단다. 학명이 ‘프세우도아카시아‘인데 ‘아카시아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해를 받고 있는 나무란다.. 소나무를 못 살게 군다는 것. 거기다 일제가 고고한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죽이려고 전국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오해를 더 키웠단다. 그래서 수난당하고 있단다.
아, 우리는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 편협하고 편견에 가득찬..
책속에서 아까시 나무는 절규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시각을 통해 인간의 오해가 한 생명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뼈 아프게 실감할 수 있었다.˝
공감한다. 입이 없는 나무라고 왜 할 말이 없겠는가.
나무로부터 배우는 주말 아침에..

내가 누워서 보낸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장마철의 빠른 물살처럼 시간이 금세 흘렀다. 그새 깨달은 바가 많다. 서 있을 때만해도 눕는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는데 아니었다. 누워서도 살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보이지 않거나 모른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생명력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 자연에 순응하면 생명과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 시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 그의 처지가 되어보지 않으면 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도 서 있을 때는 인간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누워서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인간은 나와 달리 움직이며 사는 존재다. 그들이 나를 밟고 다니는 것도 미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바쁜 일상으로 지친 삶에 휴식을 주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를 넘어 산을 오르는 것이다. 나는 아직 살아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땅에 닿은 줄기는썩어가고 있고, 뿌리는 말라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톱에 잘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두렵지는 않다. 이 모든 걸 숙명으로받아들이고, 쓰러진 후의 삶은 덤이라 여기며 살려고 한다. 어쩌면 삶은처음부터 덤이었는지도 모른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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