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컴퓨터와 나
컴퓨터와 나의 관계도 저자와 비슷하다. 수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 있었던 저자보다는 못했어도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읽으려고 했고 꾸준히 읽었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책을 읽다 어느 순간 폰을 들고 인테넷의 바다에서 흥미로운 가사를 찿아서 떠돌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느낄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어설픈 솜씨로 나의 뇌를 손본 것은 물론이고 신경 회로를 재배치하고 기억을 다시 프로그래밍한 것 같은 불편한 느낌에 시달렸다. 내가 이는 바에 따르면 나의 생각은 아직 끼거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같지 않다. 이런 변화는 무언가를 읽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수 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고 다시 글에 집중하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나는온라인에서 자료나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녔고, 어떤 때는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자료를 추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작가인 나에게 웹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았다. 도서관 정기 간행물실 서고에 처박혀 며칠을 보내야 가능했던 자료 수집은 이제 불과 몇 분이면 끝난다. 구글에 검색어를 몇 번 입력하고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면 내가 찾던 숨겨진 진실이나 명쾌한 코멘트를 찾을 수 있다. - P25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id Brooks 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보 시대의 마법은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알게 한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나는 정보 시대의 마법이란 더 적게 알아도 되도록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 정보 시대는 우리로 하여금 외부적인 인식을 위한 하인, 즉 실리콘 메모리 시스템, 공동의 온라인 필터, 소비자 선호를 알아내는 알고리즘과 네트워크화된 지식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 하인들에게 짐을 지우고 우리 자신은 여기에서 해방시킨다. 으거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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