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은 습관이다. 맞는 말.
우리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나?
자기 돌봄, 자기 지키기를 반항이나 불효, 규칙 위반 등으로 생각하지 말 것.
부당한 권력에 비굴하게 굴복하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모습이 가장 바람직한지 생각할 것.

대한민국 학부모로서 느끼는 우려는 비슷할 거다. 아이가 책- 학업을 멀리한 대가로 가난과 불행을 면치 못할까 봐 걱정스럽다. 그런데 요즘 난 다른 층위의 근심이 생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군·직장·학교 가정에서 자행되는 상상초월 위계폭력과 젠더폭력 뉴스가 터진다. 저 정글에서 아이가 남을 해치지 않고, 자기를 침해하는것들에 저항하면서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지 염려한다. 해결책은 책이런가. 강제적으로라도 읽히는 게 좋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무리한 것들을 싫어도 해낸다면 훗날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이 시키는 별의별일도 싫은데 꾸역꾸역 감당할 여지가 있다.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싫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한 건 ‘자기 돌봄‘이다. 수능 고득점의 초석을 다지는 독서와 논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는 법을 들여다볼 기회와 자기 억압을 털어놓을 계기가 필요하다. 그게 나에게는 책과 글쓰기였는데 내 아이에게는 무엇인지아직 모르겠다.
한 가지는 알겠다. 해봐서 안다며 책부터 들이밀면 아이가 스스로 가꾸어갈 경험과 사유의 자리가 막힌다는 사실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격려받는 만큼 싫어하는 아이의 권리도 존중받기를, 입막음을 당하는 약자에겐 ‘행동하지 않음‘도 행동이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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