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보통의 하루가 흘러가.’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특별하지 않았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이봐요, 당신 삶이 아름다워요.”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책장을 하나씩 넘겼다. 울컥했다. 분명 이건 저자 고수리만의 이야기인데, 왜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걸까. 타인의 기억 속에서 내 기억의 일부를 발견하자 반가우면서 서글펐다.

누구나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마음 속에 남은 기억과 추억 같은 것들. 모두 내가 붙잡은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순간은 아니다.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찡하고 마음을 울리고 마는 그런 순간이 있다. 순간이 나를 붙잡은 순간. (p. 16)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읽게 된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붙잡혔다. 사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타인에게 털어놓기는 어렵다. 나의 과거가 타인에게 약점으로 비춰질까,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선뜻 입을 열 수 없다. 그러나 고수리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글로 풀어낸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흩어져야 했던 가족사, 금전적 여유가 없어 친구에게 수국을 선물할 수밖에 없던 일, 첫 면접과 실패 등 타인이 알기에 부끄러울 수 있는 기억들을.


읽고 또 읽겠지.

겨우 몇 줄의 문장에 불과한 글자들이 우리에겐 따뜻함이 되겠지.

고수리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에서 글을 써 내려간다. 특별하지 않아서 소소하다 느끼는 일들을 특별하고, 행복한 일로 받아들인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던 경험이나 친구가 빌려준 책에 있던 수많은 밑줄들, 매일 타는 지하철, 한 여름 소나기의 맛을 가진 잔치국수처럼 누구의 일상 속 보통의 것들에 대해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그렇게 써온 글. 형식만 다를 뿐 대부분 자전적 이야기였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서툰 글에도 감정이 느껴졌다. 이상했다. 서로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인데 뭉클해지는 건 왜일까. 마주 앉은 우리 생김새가 다르듯 세상엔 이다지도 다 다른 삶들이 있었다. 내 삶에도 글로 쓸 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다. (p.152)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묻어나온다고 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 고수리 작가의 글 속에는 사랑이 있다. 자신의 하루, 그리고 타인의 하루 속에서 여느 때처럼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표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읽는 내내 울컥했던 이유는, 그 사랑이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전해진 온기가 마음을 톡- 건드리니까.

잘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지만 나는 매일 자라고 있다. 하루,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그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처럼이 아닌 고유한 나로 살아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나는 자라 내가 되고 싶다. (p. 237)

‘나는 괜찮아. 지나갈 거라 여기며 덮어 둔 지난날들. 쌓여가다 보니 익숙해져 버린 쉽게 돌이킬 수 없는 날. 그 시작을 잊은 채로 자꾸 멀어지다 보니 말할 수 없게 됐나 봐.’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나간다. 아니, 글로 위로를 받은 하루가 지나간다. 특별하다. 오늘은 특별한 하루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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