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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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불량 식품'을 판다. '불량 식품'은 색깔과 냄새, 모양, 가격이 모두 매력적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불량 식품'을 먹으면서 자란다. 반면 필수영양분이 풍부한데도 맛을 몰라서, 또는 그게 몸에 좋은 것인지 몰라서 먹지 않고 지나간 식품도 있다. 책도 그런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읽지 말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책을 적잖이 읽었다. 균형 잡힌 지성을 키우려면 꼭 읽어야 할 책인데도 잘못 생각하거나 몰라서 빠드린 것도 적지 않다. (p. 207)

  모든 독서는 옳다고 생각하며 책을 열심히 읽어보지만 가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내가 아직 모자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책을 자주 읽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깊고 세밀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지레 겁먹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책은 읽되 생각보다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깊은 사고를 요하는 책들은 멀리했다. 여전히 나는 흥미 위주의 소설에 매료되고 그것을 파고들고 있지만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를 읽은 후부터는 조금씩 깊은 사고를 해보려고 한다.
  여전히 인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는 《청춘의 독서》는 청춘이 다 지난 뒤의 그 열병 자국들을 되돌아본다. 그는 고전을 통해 자신의 청년 시절 동안 숱하게 고민해야 할 것들을 만나게 된다. 《청춘의 독서》의 목차만 간단히 훑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열병 자국들을 자신의 딸을 비롯한 많은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등등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들의 사고를 돕는 독서 방향을 제시한다.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핵심 내용을 알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어서 실제로는 읽지 않고서는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거나, 마치 정말 읽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p. 73)

  《청춘의 독서》에 제시된 책들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책들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어서 그 책을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나 맹자의 <맹자>, 사마천 <사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굉장히 익숙한 책들이 우리를 반긴다. 직접 책을 읽은 경험에서 비롯된 유시민 작가의 해설은 굉장히 풍부하고 방대한 지식 배경 아래서 펼쳐지기에 최인훈의 <광장>을 제외하고 다른 작품들을 정확히 읽어보지는 않았음에도 충분히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열네 작품 정도를 소개해주었지만 가장 공감되고 읽고 싶은 욕구가 들었던  책은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라는 주제로 선정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였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신문 방송이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와 인터넷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을 함유하고 있을까?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든 정보의 진실성 여부 또는 '진실 함유도'를 정확하게 따지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누가 특별히 허위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분명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대충 어느 정도는 사실이려니 여기게 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대하는 기본자세이며, 우리네 삶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다. 우리는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정보를 숨 쉬고, 왜곡과 거짓을 마시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p. 278)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낸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타인의 시각에서 쓰인 글과 말에서 비롯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방대하다고 착각에 빠진 상태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대표적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 한 여자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는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기사 속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이는 단순히 소설 속 내용이 아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회 현상에 씌워진 프레임들을 보고 그것에 대해 판단하고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요즘 듣고 있는 전공 과목이랑 너무 일맥상통해서 더욱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유시민 작가의 독서 지론이 담긴 책 《청춘의 독서》를 읽은 청년으로서 그에 대한 답을 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독서를 통한 깊은 사고로 지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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