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석 웅진 모두의 그림책 29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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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 뭔가 어둡고 외롭고 심심할 것 같은 이미지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구석은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마치 댄스파티에서 아무도 춤 신청을 하지 않아 점점 구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의 구석>(웅진주니어, 2020)에는 과연 어떤 구석 이야기가 나올까? 조오 작가의 소개 글에 나온 세상에 그림과 이야기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기에, 제 그림도 누군가에게 다행인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에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해낼지 또 그 이야기가 어떤 위로를 줄지 궁금했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책의 형태를 활용해 구석을 표현하고 있다. 제본선과 바닥의 모서리를 맞춰 독자는 마치 어느 방의 구석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저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구도이다. 구석 공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나타난다. 물끄러미 구석을 바라보고 있는 까마귀는 외롭고 심심해 보인다. 까마귀는 이 공간을 바꿔보기로 한다. 우선 침대를 가져오고 이어서 책장과 책, 스탠드를 놓아보고 바닥에는 러그도 깔아본다. 한결 부드러운 공간이 된다. 식물도 가져와 살짝 안녕하고 인사도 건네 본다. 점차 구석 공간은 까마귀와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고 외롭고 심심했던 까마귀가 바깥 공간의 누군가와 소통하는 곳이 된다. 조오 작가는 까마귀가 어둡고 구석진 공간을 밝고 아늑한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을 복잡하지 않은 그림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까마귀가 공간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그에 발맞춰 방안의 식물들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공간이 한 존재의 마음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까마귀는 이 공간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소통이 필요한 시간이 온 것이다. 까마귀가 창을 만드는 장면에서 작가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공사 중에 침대와 가구들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비닐을 덮어놓은 장면은 작가의 센스를 느끼게 해준다. 창까지 낸 공간은 이제 처음의 구석 공간이 주는 느낌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완전한 하나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제 어두워져도 까마귀는 외롭지 않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와 소통할 용기도 얻는다. 창을 통해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넬 때는 식물 친구도 함께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평범한 구석이 까마귀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특별한 구석이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외롭고 힘들고 심심할 때 누군가 나를 바깥으로 끌어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의 시간과 공간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이 나를 밖으로 끌어내줄 수 있다. 조오 작가는 까마귀가 구석 공간을 특별한 공간으로 바꾸었듯이 우리에게도 나의 공간을 만들고 밖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 내 마음의, 내 공간의 구석을 특별하게 만들어보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어두운 공간에 노란 햇살이 비추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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