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 2020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세계숲 그림책 11
리처드 T. 모리스 지음, 르웬 팜 그림, 이상희 옮김 / 소원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한 한걸음

 

여기 밤에도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습니다. 어느 날, 곰 한마리가 그저 궁금해서 강을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그러다 곰은 강에 빠지게 되는데 개구리가 곰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면서 엄청난 모험에 빠지게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개구리는 강 밑에서 거북이들이 올라왔을 때 사실은 친구가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렇게 곰과 동물 친구들은 강을 따라가면서 비버, 너구리, 오리를 더 만나게 되는데 각 동물들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제까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너무나 신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마다 따로따로 살아왔던 동물들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입니다. 동물친구들이 이런 즐거움을 얻게 된 것은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강을 따라 흘러갈 용기를 냈을 뿐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걸음 내딛어 보는 게 필요한 거겠죠.

 

각자의 개성과 함께 있을 때의 균형

 

글작가 리처드 T. 모리스는 이 책을 음양 무늬를 보다가 각자의 '개성'과 함께 있을 때의 '균형'에 대한 영감이 떠올라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삶이라는 강에 자신을 맡기고 성큼 배에 올라타 볼 것, 개성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고 말입니다.(글작가 노트 )

 

그림에서 느껴지는 야호! 신난다

 

이 책의 전체적인 색감인 푸른색은 독자가 동물친구들과 함께 강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림 작가 르웬 팜은 곰이 강에 빠진 후 동물친구들을 차례차례 만나는 장면들은 조심스럽게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하지만 모든 동물들이 통나무 하나에 올라타서 폭포를 만난 장면은 동물 하나하나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지게 했습니다. 모두가 폭포에서 떨어지려는 찰나를 그린 전체 컷에서는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서 있는 것 같은 무서움과 설레임이 담긴 숨 멈춤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동물들의 표정이 즐거움에 넘치고 서로를 붙잡아주면서 함께 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야호, 신난다!"라는 글로 압축되어 나타납니다. 앞으로 이 동물들은 밤낮으로 흐르는 강물을 따라 함께 신나게 살아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느낌은 앞면지의 흑백 그림 속 듬성듬성 숨어있는 동물들의 모습과 뒷면지의 컬러풀한 그림 속 함께 모여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비교 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표지를 봤을 때의 느낌은 처음 만난 동물들이 서로 나오지 못하고 숨어 있는 거라 생각되었는데 다 읽고 난 후 보니 마치 신나게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읽어주기 좋은 책

 

이 책의 전개 방식은 존 버닝햄의 '검피아저씨 시리즈'<,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생각나게 합니다. 반복되는 구조는 독자가 다음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책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도구가 됩니다. 각 동물들의 특징과 장면을 표현하는 의태어, 의성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시인 이상희 작가의 운율 있는 번역이 그 느낌을 더욱 살려주고 있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입니다. 삶에 대한 완벽한 은유를 도전적인 글과 인상 깊은 그림으로 그려낸 이 책은 2020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