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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ㅣ 뚝딱뚝딱 누리책 20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지음,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9년 6월
평점 :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전쟁 : A Guerra /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글,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2019.
1책. : 삽화 ; 23cm.
ISBN 9791186825228 : 15000
스파이더맨은 뉴욕 시내를 질주하며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구해주는 영웅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3에서는 외계에서 온 수수께끼의 유기체인 심비오트(Symbiote)에 감염되어 어둠의 힘에 굴복한다. 결국 어둠에 맞서 싸워 이기는 스토리이긴 하지만 흑화된 블랙 슈트 스파이더맨은 어딘가 낯선 느낌이다.
스파이더맨 이야기를 하는 건 <전쟁>(그림책공작소, 2019)의 면지에 나오는 거미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한 수수께끼의 유기체가 심비오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음침하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검은 물체가 점점 그 세력을 키워가며 빠르게 돌진하는 모습과 날아가는 까마귀가 불길함을 더해가는 가운데 “전쟁은 빠르게 퍼지는 질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는 문구가 강렬하다.
불꺼진 건물 꼭대기 한 곳. 노란 빛이 스며 나오는 창가에 서 있는 사람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불길한 물질들은 온갖 끔찍한 모습을 하고 돌진하고 사악한 모습으로 변한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의 평온한 잠을 침범하고 모든 이야기를 사라지게 한다. 전쟁은 모든 것을 짓밟고 차갑고 그늘진 아이들을 만들어낸다. 전쟁의 혼돈 속에 한 사람의 가해자와 그에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숫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히틀러의 만행과 그에 고통 받았던 수많은 유대인들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전쟁의 참혹함과 죽음의 고통을 먹고 자란 검은 물체는 점점 몸집을 키워가며 또 다른 증오와 야심과 악을 찾아 떠난다.
전쟁의 참혹함은 말로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타오르는 영광을 꿈꾸는 그 누군가의 야망이 계속 계속 자라고 있기 때문일까. 전쟁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욕심이 사그라 들지 않기 때문일까. 이 책을 통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그림에 검은 색을 많이 써서 전쟁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게 하고 글을 더 심오하게 만든다. 그림 작가 안드레는 처음 이 책을 글 없는 그림책으로 기획했지만 아버지 조제 조르즈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전쟁에 대한 각성과 경고를 말하게 되었다고 한다. 글과 그림을 수없이 고쳐가며 3년 만에 완성된 책이라고 하니 작가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하게 된다. 읽고 나면 묵직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전쟁>은 2018 화이트 레이븐, 제4회 나미콩쿠르 그랑프리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