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존 버거의 글과 장 모르의 사진으로 이뤄져있다. 글과 사진의 관계가 이토록 평등할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어느 한 쪽이 보완재로서가 아니라, 평등하게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러한 구성이 서로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묘한 지점이 이 책에 있었다.

우리 선(先)주민 한국인과 이(移)주민 외국인 노동자는 단 하나의 차이 없이 그저 노동자일 뿐이라는 것을, 자본에 종속된 존재로 가족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자라는 것을, 그들도 우리처럼 붉고 따스한 피가 순환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나 자신에게 바란다. 일방적인 선의보다 상호유기적인 우정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 죽음에게 길을 묻다 - 생사학과 자살예방
오진탁 지음 / 종이거울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반적인 책 구성이 산만하고 중복되는 지점이 많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죽음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다 싶은 한국의 현주소를 고발하고
자살예방에 있어 일부 대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워킹푸어...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생각

한 달 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것 없이, 식대니 차비니 떼고 나면 얼마되지도 않는.론 '내집마련'이란 거창한 꿈따위는 버린지 오래다. 차라리 그 돈을 내 삶을 살찌우는데 쓰자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현실은 녹록치않다. 적금은 한 달 한 달 채워넣기 힘들어서 언제 깨먹나 고민하고, 약값으로 한 달치 페이에 육박하는 돈을 쓰기도 했다! 내 피같은 돈을, 피값을 고작 의료비에 박아넣다니!

'생존' 이외에 목표는 가져보아서는 안 되는 건가요?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자괴감이 불쑥불쑥 올라오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해답이 될까? 아니 위안이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멸의 아름다움
필립 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활동과 명상의 조화. 다시 말하자면 공동체 안에서의 삶과 나 개인을 위한 삶의 조화.

지난 주 광주에 다녀온 이후 내 기분이며 몸 컨디션은 최고였다. 마침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 사람만날 자리가 생겼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도 있었고, 내게 소중한 이의 요청이라 거부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들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내고 무리를 했다. '오늘 하루만 더 시간을 내지 뭐, 오늘 하루만 무리하고 말지 뭐.' 그래서 어제까지 줄곧 바쁜 상태였다. 그러면서 정작 내 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었다. 피로함은 쌓여만 갔고, 어느새 돌아보니 몸이 축나 있었다. 하루라도 짬을 내어서 푹 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계속 사람 만나는 즐거움에서 헤어나오질 못한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전혀 내어주지 않은 것이다. 

어제 도 미리 세워둔 계획을 따라서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순간 마음 속에 반발이 일었다. 피곤해서 몸이 거꾸러지는데도 계획이 나보다 중요한걸까? 잠시 고민하다가 버스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고, 그대로 엎어져서 잠이 들고 말았다. 눈 떠보니 아침이다. 그런데 하나도 아쉽지 않다. 개운한 기분, 개운한 몸.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바쁠 때 바쁘더라도 내 스스로를 잘 챙겨가며 바쁘자고 마음 먹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이렇게나 두껍고 무거운 책은 집에서나 볼까 들고서 나다니지는 않는데, 그 날은 그저 이 책만이 내 시선을 잡아당겼다. 할 수 없지. 어깨가 부서지더라도 그것이 내 운명인걸.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펴고 덮는다. 5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이건만, 자꾸만 아직 페이지가 더 남았는지를 확인하고, 다시금 안도하면서. 2시 영화였기에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예쁜 까페. 시선을 끈다. 들어갈까 말까. 결국 이성을 이기는 것은 감성이고, 행동을 잡아채는 것은 본능이다.

이 동네의 풍광과는 조금 유리된듯한 까페 <Te Deum>에 들어선다. 밝은 주황색 서가와 원목탁자, 형광톤의 의자들, 비 오는 창 밖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에 진입한듯 기분이 새로와진다. 세계와 내가 분절되어 고요히 나 홀로의 느낌. 고소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책에 대한 몰입을 돕는다. 외따로 떨어진 공간이었기에 이 책의 감성에, 문체에, 현란한 수사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