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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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나 두껍고 무거운 책은 집에서나 볼까 들고서 나다니지는 않는데, 그 날은 그저 이 책만이 내 시선을 잡아당겼다. 할 수 없지. 어깨가 부서지더라도 그것이 내 운명인걸.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펴고 덮는다. 5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이건만, 자꾸만 아직 페이지가 더 남았는지를 확인하고, 다시금 안도하면서. 2시 영화였기에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예쁜 까페. 시선을 끈다. 들어갈까 말까. 결국 이성을 이기는 것은 감성이고, 행동을 잡아채는 것은 본능이다.

이 동네의 풍광과는 조금 유리된듯한 까페 <Te Deum>에 들어선다. 밝은 주황색 서가와 원목탁자, 형광톤의 의자들, 비 오는 창 밖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에 진입한듯 기분이 새로와진다. 세계와 내가 분절되어 고요히 나 홀로의 느낌. 고소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책에 대한 몰입을 돕는다. 외따로 떨어진 공간이었기에 이 책의 감성에, 문체에, 현란한 수사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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