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 요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가 내가 읽은 그의 첫 저작이었다. 그래서 이 책만으로 그녀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첫 느낌은 굉장히 괴팍한 노인네일 것 같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포장하지 않는 요즘 말로 쿨한 사람. 그런 그녀의 면면이 글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처럼 솔직하고 포장하지 않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은. 그래서 복잡하지 않고 쉽고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 아들에 대해 날 것 그대로 드러내고 어떤 색도 입히지 않는다.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의 이미지가 아니라서, 사회적으로 그러한 면을 당연시 여겨왔던 독자가 읽으면 처음엔 당황스러운 면도 있을 것 같다. 이게 그녀의 매력인듯 하다. 그러한 그녀의 자세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어쩌면 힘이 될 지도 모르겠다. 잘나가는 작가도 별거 없는 삶을 살았잖아. 그래서 그래 굳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누가 봐도 멋있어 보이는 삶을 살아내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도. 멋있어 보이는 삶을 살아내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날 것 그대로 드러내도 우리 모두 똑같지 않니?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시즈닝을 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고기를 먹는 느낌이다.
또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서 본 사노 요코는 표현력이 굳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을 잘 구사하는(번역본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문장 표현력이 맘에 든다. 이를 테면, "싸구려 휴머니즘(p.36)", "이성을 잃은 건 완력 따위엔 자신이 없는 남자(p.93)"라든가, "키스해도 좋을 얼굴(p.128)"에 대비되는 "흠잡을 게 하나 가득인 내 얼굴(p.129)"같은 문장은 훌륭한 단어가 조합된 문장이라 생각한다. 멋부리지 않고 간결하지만, 할말은 제대로 다 하는 스타일.
<마당>에서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철학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바로 인간사의 비교다.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그것을 키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일이겠지만......다른 사람은 뭘 어떻게 하는지 비교하게 되는 걸까."(156) 그러게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일일텐데, 왜 나를 자꾸 타인과 비교하며 살게되는 걸까.
<영어>에서는 "나는 재능도 없는 주제에 노력도 하지 않고 머리는 노화되어 갔다.(p.159)에서는 속시원함을 느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멘트를 날렸다면 나하고 싸우자는 거냐며 으르렁거리거나, 조용히 속으로 슬퍼했을테지만, 작가의 본인에 대한 분석을 먼저 접하고 나니 나도 거기에 슬쩍 숟가락을 얹어서 마치 같이 수다떨듯이 깔깔거리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이런 화법이 사노 요코의 힘인가?
아무튼 이 책은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쉽게 읽히는 책이 읽고 싶을 때 꺼내들고 작가와 수다떨듯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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