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 개정판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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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늘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했다. 숙제는 언제나 늘 해치우기 바빴다. 늘 그렇게 허덕이며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취업을 하며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워킹맘으로 살지, 전업맘으로 살지, 두 개의 선택에서 나는 애매한 선택을 내리며 살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며 때때로 워킹맘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계속 이렇게 하루 하루 살다가 내 인생은 끝나는 건가,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맹렬하게 살아온 걸까. 애들을 다 키우고 나면 인생에는 무엇이 남는 거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애들을 잘 키웠다. 그리고 끝? 그것을 위해서 미친 듯이 시험을 보고 학교를 가고 경쟁을 하며 살아온 걸까. 빛나는 그 무엇을 바라며 나는 살아온 걸까.  

목적지에 도달하면 숙제도 끝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듯하다. 그러다가 서재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예전에 사두고는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어쩐 일인지 사막이라는 단어가 나를 잡아 끌었다. 그리고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이 책을 친구들과 함께 읽었다. 그리고 그때 읽어내지 못한 장면들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지루한 사막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다시 보니 이 책은 인생에 대한 잠언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진짜로 사막을 여행한다. 사하라 사막을 친구와 여행하면서 진짜 사막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낮에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덥고, 겨울에는 죽을 만큼 추운 날씨가 오고가는 사막에서 저자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막 여행이 곧 인생의 여정이다. 

산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말한다. 인생은 산이 아니라고. 산처럼 명확한 끝이 있는 게 인생이라면, 인생은 얼마나 간편하고 쉽겠냐고.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아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을 2월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해서 답답한 마음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거나, 초라해진 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면서 내내 괴로워했을 거다. 인생이라는 사막은 바람이 불 때마다 계속해서 그 모양이 변한다. 오늘은 네모 모양이었는데 내일은 세모 모양이 되는 모래 사막이다. 오늘은 A를 보고 달려갔는데, 내일이 되면 A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목표를 쫓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는 거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바람이 불면 모든 게 한순간에 변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방향이라는 걸,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정하지 않은 채 길을 나서는 것처럼 멍청한 일이 또 없을 테니. 산처럼 위로 오르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방향성을 정하고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이렇게 늦게 알아차리고 만다. 

인생을 살면서 공기를 빼야 할 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공기를 빼면 막힌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사막을 건너는 여정에 오를 수 있다. - P117

사하라를 건너는 여행자 중에 정상에 대한 열병을 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막에는 정상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그 전날과 똑같은 사막의 지평선만이 존재할 뿐이다. - P66

겸허해지는 것은 무척 어렵다. 우리 사회는 승자를 좋아한다. 우리는 약함을 거부하고 패배를 승리의 이야기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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