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청춘의 독서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지식 소매상 유시민 씨의 블로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으로 설명하고 있길래, 얼른 사서 읽어 보았다. '청춘의 독서'라는 제목에서 약간 식상하게 다가온 '흔해빠진 고전들'에 대한 설교적 문체가 아닐까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고, 혹은 대중에서 벗어난 소수 추종자들을 위한 책들의 소개일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적어도 유시민의 서재를 훔쳐보고 그 목록만이라도 손에 넣을 수는 있다는 것으로도 책값은 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첫장을 넘기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저자의 오밀조밀하고 농축된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유시민의 블로그에 저자 스스로가 소개했듯이 '가장 심혈은 기울인 책'이라는 말이 허투른 소리가 아님을 느꼈다. 도서목록은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유시민의 생각과 삶 속에서 그 가치가 재발굴되어 열심히 닦고 광을 내 놓은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은 청춘을 위한 도서목록이라기 보다는 중년을 넘긴 유시민의 사상적 철학적 발전에 토대를 주었던 책들에 대한 다시보기에 가깝다. 젊은 시절 처음 읽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의 유시민이 50이 넘도록 인생을 살면서 체득한 경험적 지식으로 그 고전의 가치를 다시 검증하여 과연 이 책이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고 길잡이가 되었는가를 확인해 보는 식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신선하고, 가슴 떨리고 뜨겁다. 때로는 희망의 목소리에서 길을 찾은 듯 기뻐하다가 또 다른 가르침 때문에 길을 잃고 절망하기도 하고 그렇게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치열한 삶을 살다가 다시 젊은 시절의 책장을 뒤지며 사색하며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탐구하는 중년의 모습.
나는 이것이 지식인의 삶이고, 노예나 짐승이 되기를 거부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품격이라고 느겼다. 그래서 며칠동안 바쁜 일과중에 틈이 날 때마다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한줄 한줄 정성으로 읽었다.
우리가 지난 시절로 부터 받은 위대한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앞에 서서 우리 영혼을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가 끊임없이 우리를 짓누르는 삶의 굴레에 매어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인간임을 자각할 수 있을거란 희망. 그리고 그 자각으로 부터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몸부림 치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기발견과 그에 따른 세상의 구원도 시작될 것이라는 설레임. 이런 진지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살 때 가졌던 목표? 당연,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하나 하나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크고 의미있는 목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외면당하고 버려진 것 같은 고독함 때문에 괴롭다는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독자가 많을 것이란 말로 위로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