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은주 지음, 김푸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1월
평점 :

5학년이 된 선아는 학기 초에 여자아이들 그룹에 들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요. 신나는 새 학기, 따스한 봄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한 거죠.
그런데 선아네 반으로 오래전 헤어졌던 소꿉친구 산에가 전학을 옵니다.
산에는 발달 장애인으로 '윌리엄스 증후군'이 있어요.
오래간만에 본 선아가 반가웠던 산에는 열심히 선아에게 다가가지만, 선아는 산에를 밀어내요. 혹시라도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봐요.
선아는 열심히 산에를 피했지만, 결국 한 모둠이 되어 한 달간 생활하게 됩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햇살이와, 하필 박민준까지. 넷이서 말이죠.
우려했던 시작과 달리 선아는 자신의 모둠이 나쁘지 않다 생각해요.
민준이도 햇살이와 산에와 함께 잘 어울려 지내고요, 어려운 상황에도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평온함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민준이와 산에가 학폭 사건에 휘말리게 된 거예요. 그것도 가해자로요.
이 난처한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선아는 큰 용기를 내는데요..
불닭볶음면 사태는 어떻게 해결될까요??
그리고 거리를 두던 선아와 산에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요?
<감상>
이 책을 읽으며 순수한 산에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선아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뻤습니다. 산에에게 빠진 포인트를 몇 가지 소개해 볼게요.
선아가 남자애들과 놀라고 다그친 뒤 산에가 뒤돌아 하는 말이요. "아, 알았어. 선아야. 남자애들, 남자애들이랑 놀게. 응." 마지막 덧붙인 그 '응'에서 왜 마음이 요동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아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고 싶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지만 하겠다고 하는 그 대답이어서일까요? 한참은 그 마지막 '응'에 마음도 시선도 머물렀습니다.
두 번째는, 운동장 체육 장면입니다. 습관처럼 술래인 선아에게 잡혀주려 하고 '달리기하면 물 마셔야 한다'라며 재차 선아를 챙겨주는 장면에서 웃음도 뭉클함도 느꼈어요. 선아밖에 모르는 순수함과, 귀여운 똥고집! 제가 선아였다면 애써 밀어내고 있는 자신에게 자책감이 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정말 멋진 모습이 남았는데 여기선 아낄게요!)
그리고 선아의 흔들림도 좋았어요. 교실 속 여자아이들 무리에 속하고 싶었던 마음과 오랜 자신의 친구를 외면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그 사이에서 선아도 많은 고민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산에에게 가는 마음의 추를 거둘 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산에가 친구들 사이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어떨 때 다 보고 있었으니까요.
듬직한 민준이의 캐릭터도 참 멋진 것 같아요 민준이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축되거나 작아지지 않아요. 그리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길 줄 알고요. 선함이 묻어 나오는 츤데레 같은 행동들이 참 멋진 아이였어요. 마지막 축구를 못한다는 산에에게 건넨 한 마디에 아주 빵 터졌으니 꼭 보세요!
저에게도 학생 시절 봄은 부담의 계절이었어요. 특히 여자아이들에겐 생존경쟁을 하듯 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였죠. 그 1-3주의 시간 동안 자신의 1년의 대부분이 결정되니까요. 그룹에 들지 못해 조바심 난 선아와, 영향력이 센 나현에게 흔들리는 애처로운 모습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혼자 지내보는 그 고통이 상상 이상일 텐데, 동화 속 선아의 모습을 보며 많은 아이들이 공감하고 위안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산에가 다니는 언어치료 소장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에게 동정까지는 하지만 우정까지는 아직 어렵다고. 우정은 동등한 인간이라 여기는 데서 시작한다고. '우리는 장애를 지금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손해 보는 일, 같이 있으면 불편해지는 상황 등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교실 어딘가에 있을 햇살이와 산에를 떠올리며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선아와 산에의 치열했던 봄의 순간을 담은 동화인 것 같습니다. 따뜻해질듯하면서도 추워지고 오락가락했던 날들을 버텨내니 이 아아들에게도 초록 내음 가득한 여름이 찾아왔네요. 열심히 봄을 건너온 어린이들, 어른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몽글몽글했다가도 긴장감을 주고, 웃음으로 풀어주고, 찔끔의 눈물 한 방울도 만들어주는 작가님의 밀당이 느껴지는 동화였습니다. 하반기에 읽은 책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답니다. 제가 책에 메모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할 정도로요.:)
*무엇 때문에 이 책이 좋았을까, 아직 완벽히 찾아내지 못했어요. 2번을 읽었지만 시간을 두고 더 천천히 읽어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선생님들께도 추천하며 이 작품을 깊게 음미해 보겠습니다!
<책 속 한 줄>
-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우정을 맺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동정하고 보살펴주는 대상으로는 봐주는데, 우정까지는 참 어렵지요. 왜냐면 우정은 동등한 인간관계거든요.(!39)
- 장애라는 그 껍질 한 꺼풀 딱 걷어내고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우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 저는 장애인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 그러니까 길게 사랑할 사람이라고. .. 우리 친구들은 여러분께 변치 않을 우정을 줄 자신이 있다 이 말씀입니다. (139~140)
- 사람들이 눈빛 하나로 정말 어마어마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더라고. (153)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합니다.
#우리가봄을건너는법 #정은주 #김푸른 #우리학교 #어린이동화 #고학년동화 #중학년동화 #봄 #새학기 #교우관계 #친구사귀기 #나다움 #장애 #비장애 #우정 #연대 #hong_book_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