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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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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에 읽었던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과 올해 재출간된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읽었었다. (이분의 전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도 꼭 읽어봐야겠다!)

시작은 육아서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땐, 많은 정보가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게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닥치는대로 육아서를 읽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심리학서로 넘어가게 되더라.

그러면서 사이코패스에 궁금증이 생겼고, 실은 가까이 있는 인물 중 소시오패스일 거라고 추측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갔던 듯.

아무래도 나 자신도 가끔 미쳐 날뛰는 걸 봐선, 나도 혹시 정상범주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때가 있었고.





(서평단에 뽑혀 매우 기분이 좋았으나, 전자책 읽으면서 해본 서평단도 있었기에 걱정 하나 없이 신청하긴 했는데, 이게 전혀 써보지 않은 앱인데다가, pdf 파일이라 조금 불편했다. 저장하고 싶은 문구가 나와도 줄을 치거나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매번 책상에 앉아 손으로 적어놔야해서.. 이건 책 이야긴 아니니까.. 일단 패스~)



아마도, 책을 읽는 모든 일들이 줄을 그어났을 거 같은 문구

"악은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상태"라는 것.

그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상상치 못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끔찍했다.

아이가 무슨 책을 읽느냐 묻길래 소시오패스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이 문구를 읽어주었는데, 아무리 상상해도 그 상태가 무언지 알 수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양심이 없는 건 어떤 걸까?



그래서 실은 이 책이 읽고 싶게끔 만들었던 이를 떠올려봤다.

그리고, 그 사람이 실은 그래서 이렇게 행동했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권력이나 경제력이 크지 못한 사람이었으니 파장력도 크지 않았겠지. 게다가 난 꽤나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거짓말을 워낙 잘 캐치하고 그때마다 면전에 증거들을 제시했으니, 그 사람은 정말 내가 싫었을 거다. 덕분에 더는 괴롭히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그 사람을 아주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하하하하.

다행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나보다. 이 책에서도 소시오패스를 대할 때의 방법으로 행위와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라 하니까.

게다가 그 다음... 가장 강력한 방법, 지루해지는 것!

아아, 이것은 소시오패스 뿐 아니라 대다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다 통하는 방법인것 같다. 다만 상대가 소시오패스라면 내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어도 무심한 듯 연기해야 할 것이니 더욱 힘들겠지.



소시오패스가 아니더라도, 당신을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여기에 실린 극단적인 상황들이 아니더라도, 분명 저 사람은 날 미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거 같아, 싶은 사람은 꼭 옆에 한둘 있기 마련이고, 그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여기 나온 방법을 연습해보는 것, 그들의 심리가 정말 내가 미쳐 날뛰는 걸 보며 즐긴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놀이에 가담해주지 않으마, 마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부디 다들 그러길......



이 책이, 어찌보면 제목은 굉장히 가벼워보인다. 하지만 그 속이 엄청나다. 앉아서 정독하고 밑줄긋고 받아적고 해야 직성이 풀릴 책이라고 할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사계절출판사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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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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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 서평단으로 뽑혀 가제본을 받았다. 가제본 서평은 오랜만이라 괜히 더 두근두근. 

책이 되기 직전의 모습은 아직 어른이 되기 전 아이의 모습 같다고 할까. 

그것은 마치 오늘 서평글을 작성할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 아카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18p)' 

이것이 아카리의 마음. 

그 말을 해준 건 그 당시 열두 살이었던 최애가 피터팬의 모습으로 해주었던 말이다. 


아카리는 뭐든 어렵다. 한자를 공부하는 것도,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친구에게 빌린 것을 제 시간에 돌려주는 것도, 아르바이트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것도. 

그런 아카리를 엄마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라고 말한다. 

그런 아카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아니, 할 수 있는 것을 벗어나 수준급으로 해내는 것이 바로 최애인 '우에노 마사키'를 좋아하는 것. 

마사키에 관련된 것들은 카테고리를 정해 분류하고 정리해놓을 수 있으며, 모든 인터뷰 내용을 외워 마사키가 어떤 분류의 인간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토악질로 다 뱉어낼지언정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솔직히 나는 그런 아카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덕질은 그런 류가 아니었다. 

아카리가 말한데로, 최애를 좋아하는 방식에는 모든 행동을 믿고 떠받들던가, 연애 감정으로 좋아하던가, 최애와의 소통이든 팬과의 소통이든 소통 자체를 원하던가, 작품 그 자체만 좋아하는 등 많은 부류가 있고......

나의 첫 덕질이었던 만화 <드래곤 볼>의 손오공은 실제 인물이 아니어서, 오로지 작품 그 자체만 좋아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은 책과 화보집을 사려고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떠올라 살짝 웃음이 났고,

그 후 듀스와 H.O.T를 좋아하면서 그들의 사진과 인터뷰 잡지 기사를 모조리 스크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바로 아랫 동생들부터 쫓아다니는 것이 일반화됐다 한다면, 나는 시기자체가 그렇지 못해서. 그리고 그랬더라도 내가 갔을 것 같지 않아서. 나는 그냥 작품 그 자체만 좋아하는 분류로 봐야겠다. 

그 덕질의 행태는 역시나 책에서도 달라지지 않아,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사인회를 한다고 쫓아가거나 북토크를 한다고 가는 일 따윈 없는 대신, 그가 쓴 글은 모조리 찾아 읽고 모든 책을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작품'만 보는 덕질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카리는 어떤 부류인가? 모르겠다. 아카리가 마사키를 사랑하는 방식은 이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건 마치......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같아 보였다. 이렇게까지 그를 응원하고 이해하고 그의 세계를 온전히 받들어, 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단계라니.


아카리의 마음을 훔쳐볼 수 있었던 건, 세상에는 친구나 연인이나 지인이나 가족 같은 관계가 가득하고, 서로 작용하며 매일 미세하게 움직인다. 항상 상호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균형이 무너진 일방적인 관계를 건강하지 않다고 한다. 희망도 없는데 계속 매달려봤자 무의미하다느니, 그런 친구를 뭐하러 계속 돌보느냐느니 한다.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데 멋대로 불쌍하다고 하니까 지겹다. 나는 최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 이것만으로 행복이 성립하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관계를 최애와 맺고 싶지 않다. 아마 지금 당장 나를 봐달라거나 받아주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69P) 

​에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아카리는 엄마도 언니도 아빠도 나를 그냥 그대로 봐주지 않고 있다고 느꼈는지 모른다. 또 자신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지만 그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상냥하게 말해줄 수록 속마음은 그렇지 않잖아, 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가 너무 괴로웠던 거다. 

일방적인 사랑으로 충분한 아카리에게 이것은 너무도 편하고 행복한 사랑인 거다. 


최애가 연예계를 은퇴하고 누군가와 약혼한 사실을 어렴풋이 퍼뜨릴 때, 아카리는 살아갈 이유를 잃게 된다. 마사키 외엔 삶을 유지할 필요도 없었던 아카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괜히 불안해서 뒷장을 쉬이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럽게도, 이걸 내 식대로 해석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아카리는 마지막에 '이것이 내가 사는 자세'를 알게 된다. 이족 보행이 힘들면 손도 써가며 걸어보지 뭐. 뭐라도, 어떻게라도, 다시 살아보지 뭐. 라는 생각을 먹었다는 것이 기특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카리는 그래도 어른이 되야 한다고 어쩌면 알고 있었고 마음 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면 어떠니. 내게 맞는 방식대로 일단을 살아봐야지. 그지?


책 전체에서 보여주는 덕질은 전혀 내게 이해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아카리를 응원한다. 

이제 내가 너를 덕질해줄게. 아카리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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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 최정상으로 가는 7가지 부의 시크릿, 개정판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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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많이도 읽었었다. 전공자체가 그랬다. 경영이었으니까. 교수들은 수시로 이런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책을 소개했고, 나는 성실한 학생이었으므로 수업 중 나온 책은 찾아다 읽었다. 게다가 내가 대학생이었을 땐, 그런 책들이 마구 쏟아져나올 때였다.
그러다 이제 그런 성공사례에 질려버렸고, 그래그래, 고생하다 낙이 온댄다, 하며 흘려보냈다.
나중엔 그래서 꼭 고생을 해야 한대니? 라며 삐뚤게 보게 되었고, 그래서 이젠 이런 책은 안 읽을란다 하면서 덮어버렸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책을 좋아했지만 이제 더는 자기 계발서니 경영 경제 관련학서는 읽지 않았다. 대신 심리학서나 인문학서를 즐겨 읽었고 소설만 고집하던 때가 왔다.

그런데 왜, 내가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를 읽게 되었는가!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내 아이가 내 키와 몸무게를 넘겨버린 시기가 오니, 고생이란 것은 누구나 하지만, 그리고 그 고생은 깊이를 잴 수 없고, 오로지 내 고생만 최고로 힘들어 보이지만, 어쨋거나 그걸 이겨내고 거기서 발전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다.

젊은 사람들, 물론 나도 늙었다는 쪽에 속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애매모호한 중간에 낀 중년이라고 말하고 다니니, 주변 친구들이 우린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엄청 화를 냈지만, 그래서 더 애매모호한 나이가 되어서야, 꼭 고생을 겪어야 일어나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고생은 늘 겪고 있는 거고, 그걸 일어날 생각이 있는 사람이 일어나는거고, 끝내 움직이고 걷고 뛰기 시작한 사람이 성공하는 거라고, 아니, 또 성공이 이렇게 거창할 필요가 있냐, 내가 뛰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성공이지, 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뛰다보면 자연스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그런 것을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켈리 최가 그걸 먼저 느낀 거고, 나도 그녀처럼 곧 느낄 수 있게!!! 그녀처럼 계속 걷고 뛰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뭐, 라고 툴툴 털고 또 걷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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