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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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에 뽑혀서 먼저 읽게 된 책이다.


재미있어서 한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중간엔 괜히 훌쩍. 나 요즘 눈물이 많아졌나 봐.


인간으로 변하는 호랑이들의 이야기라니. 호랑이해에 아주 딱 맞는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무언가 울컥했는데, 인간들 틈에서 살아가는 호랑이란 어떤 느낌일지, 

섞일 듯 섞이지 않고 겉돌면서 외로운......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앞으로 외롭기만 하진 않을 거야, 라는 희망이 생긴다. 


청소년 소설까지는 그래도 읽는 편인데, 동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고학년 아이들 대상인가 싶었다. 

게다가 아직 나오다만 것 같은 '흑단'이라는 캐릭터. 

호랑이가 어떤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까지 설정은 다 해두고 아직 활용을 다 하지 않은 이 느낌. 

그렇다는 건, 후속작도 나오지 않겠느냐는 나의 기대감!!!! (흐흐흐흐흐)


인간으로 변하는 호랑이 루호와 토끼 달수, 까마귀 희설이까지. 셋 다 각자의 개성이 얼마나 뚜렷한지. 

이건 또한 무엇이냐. 애니메이션 시리즈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 번째 기대감!!!!! (하하하하하!)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 평범한 여성의 시각으로 삼촌 '구봉'이는 학부모를 사로잡을 듯. (상남자, 아니 상 호랑이!)

이 무슨 1석 12조 같은 책이 있단 말이더냐.


호랑이로 살고 싶은 루호와 인간들 틈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구봉이. 

호랑인데도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호랑이 매니아가 되어버린 달수(정말 제일 아이러니한 캐릭터야) 

까마귀 특성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해주는 희설이, 요 깍쟁이가 얼마나 똘똘한지. 

게다가 반전 매력.... 정말 뒤통수 조심해야 하는 캐릭터 지아. 

끝까지 고구마 역할해준 지아 아빠 강태. 

귀여움을 도맡고 있는 막내 승재. ㅎㅎㅎㅎㅎ


너무 흥분해서 써버리다간 스포할 거 같아서 좋았던 부문 발췌로 끝마친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좋은 책 제공해주신 창비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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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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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전, 전래 동화와 SF의 콜라보라니. 신화와 연결한 SF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딱 와 닿는 소설들이었다.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과 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전이 새로운 이야기로 재 해석되었다. 



심청전의 SF 버전, 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은 지금 사회 세태와 너무도 닮아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들고, 없는 이들은 그마저도 빼앗긴다. 

약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서로 돕는 사람들. 우리네 모습이다. 

기득권들의 횡포 또한 현실이다. 

그나마 가진거라곤 눈동자였거늘 그것마저 빼앗기고 심청은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근데 그거 아니? 우리나라의 고전은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다는 거. 



두 번째 작품은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놀라고 읽으면서 진짜 우와 하며 감탄을 하느라 정신없었던 작품이다. 

임태운, 작가 이름을 새겨두고 그의 글을 다 찾아볼 예정.

아무래도 내가 <한스푼의 시간>이나 <천개의 파랑>처럼 아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로봇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도.

일단 세계관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탁월했고, 마냥 여행처럼 보이던 그 이야기들이 전부 복선이었고, 생각지 못한 반전에 

역시 권선징악!을 또 한 번 외친 작품이다. 


모두모두 꼭 읽어보세요!!!!



해님과 달님을 재창조한 <밤의 도시>는 김이환 작가의 작품으로, 실은 나는 이건 굉장히 뒤에 가서야 해님과 달님이구나 알아차렸다. 

고전과 연결한 거라고 보기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는데, 그걸 빼고 그냥 보자면, 전 작품 중 시공간의 설정이 가장 특이하고 좋았다. 

진짜, 이 배경만 가지고 장편 하나 써도 되겠다 싶을 만큼 독특한. (작가님, 써주세요!)

불편함을 개성으로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곳. 이 설정도 정말 좋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건, 세대 우주선이 도착하기 전에 후세들이 도착하는 설정이라니. 진짜 탁월하다! 얼마나 정신사나웠을까. 

혼자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장화홍련전의 이야기는 <부활 행성>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는데, 본래의 장화홍련전처럼 조금 슬펐다. 

복수를 좀 해주었다 싶지만, 여전히 안타깝고 슬프고. 모든 이야기가 권선징악일 수 없으니까. 다음 편의 흥부처럼.


그러니까 은근슬쩍 흥부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인터뷰 형식으로, 놀부가 흥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실은 나는 전래동화를 외울 정도로 많이 읽었던 아이였다. 너무너무 좋아해서.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이야기까지 다 찾아 읽었던 거 같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울 때는 읽어주지 않았다. 

왜냐면, 흥부전처럼 다소 날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아서...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를 쓴 김성희 작가님의 말처럼 가난한 게 착한 거고 부자가 악한 거라는 게 나는 불편했다. 

그걸 비틀어 보여준 작가님에게 감사!




너무 재미난 책을 읽었다. 이런 게 의뢰가 들어오면 뚝딱하고 나오는 건가? 아 신기해. 

모르는 SF작가들을 알게 되어 좋았고,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고. 

책을 제공해준 사계절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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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 상편 - 교과서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물리학 교실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천아이펑 지음, 정주은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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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겠다고 손들었던 건, SF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주 기본적인 것도 알지 못하는 내 자신의 무지에 당황해서. 

일반인인 내게 제목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에겐 확 당기는 제목이다. 

조금 어색한 감이 있어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작가의 책이었네. 

중간중간 그림도 있고 필기도 있고 

그런데도 난 너무 어려워 ㅠㅠ 서평 기간을 넘겨본 적이 없는데 이건 며칠 넘겨버렸다. 

그래도 제대로 읽고 써야 하잖아!


좋았던 건,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서랄까. 

교과서에서 미터에 대해 배우지만 실은 그 미터가 어떻게 발전한 건지, 그 측량법이 어떻게 시작된 건지는 모른다. (32P)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어 알려주니 재미있었다. 


한 챕터가 끝나고나면 상상력을 펼쳐보라면서 일상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이야기나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고사성어나 속담에 담긴 물리학 원리를 알아보자라고 하면서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말에는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에 관한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는 이야기라든가, '작은 저울이 천근을 견딘다'라는 말에는 지레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는 재미난 예시. (189P)

읽으면서 빵 터졌었다. 정말 '상상'도 못했어!


그리고 끝에는 공부의 신 필기 엿보기 라며 앞에 나온 용어들을 한 번 더 되짚어 준다. 



이 책은 중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면서 학교 진도와 맞는 챕터를 함께 읽어나가면 정말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좀 어려웠다. 흑. 반성해야지)


"새의 날개가 아무리 완벽할지라도 공기가 없다면 그 날개는 결코 새를 들어올릴 수 없다. 과학에 있어 '사실'은 공기와 같다. 사실 없이는 과학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반 파블로프



미디어숲 제공으로 읽고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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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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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에 썼다는 글이 벌써 책으로 나올 수 있다니, 요즘 sf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읽은 소감? 솔직히 나는 sf니 순문학이니 잘 모르겠다. 그냥 마냥 글이 좋고 책이 좋으니까. 대신..... 그래, 대놓고 말해본다면, 못 쓸 글이 싫을 뿐이다. 장르문학이라고 낮춰보지 않는다. 그냥 주어와 서술어도 맞지 않는 글이, 뜬금없이 진행되는 개연성 따위 무시된 사건들이 싫었던 거지.

김초엽 작가 덕분에 sf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실은 나는 얼마전 sf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많은 책들이 실은 sf였다는 걸 알고 당황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 sf라는 것이 무언지. 

작년 겨울부터 읽기 시작한 수많은 sf들은 나를 자극하고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고, 이번 다산책방에서 서평단으로 뽑히게 된 이경희 작가의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도 나를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아주 솔직하자면, 첫 소설인 '살아있는 조상님의 밤'을 읽고는 조금 당황했다. 음, 실망했다. 아, 남자가 쓴 글이구나,라고 바로 느껴졌으니까. 대한민국의 며느리로 제사를 지내본 나로서,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며느리들을 직접 보면서, 조금은 얕은 시각이지 않았나 싶었다. ^^; 하지만 뭐 이 소설집 전체에서 느꼈지만, 이런 신선한 사건이 매우 좋았다. 흐흐흐.

 

하나하나 짚어 이야기해야할까. '우리가 멈추면' 읽고 울었다. 제길. 소설 읽고 우는 거 정말 싫은데, 하긴 그런데 난 너무 자주 울지; 그래서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읽고는 좀 주책맞게 울었... 쳇..;;;

(하필 카페에서 읽고 있었다고! 게다가 옆에 내 딸도 있었고;;) 특히 작가 본인도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라고 했는데, 이건 뭐, 그래, 이렇게 쓰면 나도 이제 더 안 써도 되겠다 싶을 만하겠는데, 싶었다. 으아, 도대체 그건 어떤 경지인거냐!!


'다층구조로 감싸인...'이라든지 '바벨의 도서관'같은 경우는 나같은 하드 sf는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은 독자에겐 다소 난해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왜 이리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니. 이건 묘사에 뛰어난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겠지?


당분간은 sf를 공부할 생각인데 내게 아주 좋은 책이 선물로 온 것같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다산북스에 감사하며 작가 이경희 님께도 애정을! (사진보니 어린 남자분이시더라 ㅠㅠ 부러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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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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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인지 알고 시작했으니, 이 책은 첫장부터 시험공부하듯이 읽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서 연필을 들고 긋고 적어가며 읽었다. 

한장한장 넘기기 힘들었다. 누구나 그럴거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이니까. 


내가 이 책을 서평단에 뽑아달라고 접수했을 때, 나는 그들을 떠올렸다. 

어느 시기였다고 말할 순 없다만(인스타엔 동창들이 바글바글하니까), 평범한 쉬는 시간, 누군가가 남자 그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경험을 털어놓았고, 그러다 보니 내 옆자리 내 뒷자리 내 앞자리 모두가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모두가 겪는 일이어야 했는가.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미안하다는 사과를 들어본 적 없으며, 그녀의 방패가 되어주어야 할 엄마들까지도 잊어라는 말로 합심한 듯 말해 그들의 눈을 가려버렸을까. 

여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남자들의 경험담도 나는 꽤 들었으니까......

나는 딸을 키우면서 자주 그들을 떠올린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떠오르는 그 기억들을 잘 이겨내고 있을까. 버티고 있을까. 라고.


이 책은, 그 아픔을 경험한 피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를 응원하고 싶은 누군가가 읽어야 할 책, 이라고 선전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 책은, 제발 부탁이건데, 변호사, 판사, 검사가 읽었으면 한다. 

그들이 그 고통에서 얼마나 오래 괴로워하고 헤매이며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없을 거다. 정말, 그럴 수 없을 거다. 

얼마 전 성폭행으로 자살한 아이가 내 딸과 동갑이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지금도 그 아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합당하길래 그들은 몇 년 정도만으로 그 죗값을 다했다며 자유의 몸이 되는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특히 친족일 경우 형량이 줄어든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제발 그들의 형량을 정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었다.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의 영혼을 죽인 사람들에 대한 죄를 쉬이 봐주어선 안 된다. 


제목은 솔직히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건데, 어쩌라는 거야!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 대신, 너는 더 괜찮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어서 거기서 나오라고 해주고 있다. 


매우 불편하지만, 그래도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며, 그래서 피해자들이 털복숭이 공주처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보물을 잊지말고 본모습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물론 이 또한 힘들지 싶다. 치료체계가 많지 않을 거 같아서.)

실은, 그래, 결국은 피해자 스스로 일어서고 벗어나고 노력해야하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결론이 너무 아프다. 피해자가 통쾌할만큼의 복수가 과연 있을까마는, 그래도 그들의 숨구멍이라도 트이게 해줄 무언가는 없을까. 이렇게 그들을 응원하고 숨기지 않고 지지해주는 것 밖에 없는가. 

우리에게 과제가 남았다. 부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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