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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ㅣ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겨울에 썼다는 글이 벌써 책으로 나올 수 있다니, 요즘 sf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읽은 소감? 솔직히 나는 sf니 순문학이니 잘 모르겠다. 그냥 마냥 글이 좋고 책이 좋으니까. 대신..... 그래, 대놓고 말해본다면, 못 쓸 글이 싫을 뿐이다. 장르문학이라고 낮춰보지 않는다. 그냥 주어와 서술어도 맞지 않는 글이, 뜬금없이 진행되는 개연성 따위 무시된 사건들이 싫었던 거지.
김초엽 작가 덕분에 sf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실은 나는 얼마전 sf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많은 책들이 실은 sf였다는 걸 알고 당황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 sf라는 것이 무언지.
작년 겨울부터 읽기 시작한 수많은 sf들은 나를 자극하고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고, 이번 다산책방에서 서평단으로 뽑히게 된 이경희 작가의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도 나를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아주 솔직하자면, 첫 소설인 '살아있는 조상님의 밤'을 읽고는 조금 당황했다. 음, 실망했다. 아, 남자가 쓴 글이구나,라고 바로 느껴졌으니까. 대한민국의 며느리로 제사를 지내본 나로서,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며느리들을 직접 보면서, 조금은 얕은 시각이지 않았나 싶었다. ^^; 하지만 뭐 이 소설집 전체에서 느꼈지만, 이런 신선한 사건이 매우 좋았다. 흐흐흐.
하나하나 짚어 이야기해야할까. '우리가 멈추면' 읽고 울었다. 제길. 소설 읽고 우는 거 정말 싫은데, 하긴 그런데 난 너무 자주 울지; 그래서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읽고는 좀 주책맞게 울었... 쳇..;;;
(하필 카페에서 읽고 있었다고! 게다가 옆에 내 딸도 있었고;;) 특히 작가 본인도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라고 했는데, 이건 뭐, 그래, 이렇게 쓰면 나도 이제 더 안 써도 되겠다 싶을 만하겠는데, 싶었다. 으아, 도대체 그건 어떤 경지인거냐!!
'다층구조로 감싸인...'이라든지 '바벨의 도서관'같은 경우는 나같은 하드 sf는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은 독자에겐 다소 난해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왜 이리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니. 이건 묘사에 뛰어난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겠지?
당분간은 sf를 공부할 생각인데 내게 아주 좋은 책이 선물로 온 것같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다산북스에 감사하며 작가 이경희 님께도 애정을! (사진보니 어린 남자분이시더라 ㅠㅠ 부러워어어!!)